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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제1860호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의 강화 현황 및 대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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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2 09:49:45
수정 : 2021-08-02 09:51:03
제38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심의안건요지.hwp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의 강화 현황 및 대안 모색

김 규 호(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

 최근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의 인권도 그 최소 한이 보장되어야 하고, 인권침해 상태는 단기간에 해소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환경이 열악한 농업 분야에 대하여는 공공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숙소 형태와 농촌 유휴공간 및 농지 규제 등과 관련하여 여기에서 살펴본 대안을 포함하여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1. 들어가며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내 숙소(가설건축물)에서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에 따른 공식 사인 이 ‘간경화 합병증’이기는 하였으나, 이는 농업 분야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2021년 1월, 정부가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된 후속 조치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에는 본질적으로 농촌 지역의 사회·경제적 열악함과 농작업의 특성, 각종 인·허가 사항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이 글에서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의 변천 경과와 각계 입장 및 쟁점 등을 돌아보고 입법·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보고 자 한다.

2.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 강화 경과

 2004년 8월 시행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에는 애초 숙소와 관련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2017년 2월, 고용 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내놓았으나 이는 주거시설 자체를 개선하기보다는 근로계약서상 기재사항 및 주거 유형에 따른 적절한 숙식비 징수 수준 등을 권 고·지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유의미한 대책이 처음 마련된 것은 2017년 12월의 일로, 당시 이듬해의 외국인력 도입 계획 등과 함께 발표된 ‘농업분야 외국인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이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비닐하우스 숙소 사업장에 대한 신규 외국인력 배정 중단, 사업주에게 근로계약 체결 전 숙소 정보 제공 의무 부과, 숙소 시설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실제 주거환경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던 차에, 2019년 1월 외국인고용법 제22조의2(기숙사의 제공 등)가 신설됨에 따라 「근로기준법」 기준에 맞는 숙소 제공이 의무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20년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개최 직전에 전술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 사건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2021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 (’20.12.23.) 발표 시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시 기숙사 시설 확인 절차 강화 및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컨테이너 숙소 제공 시 고용허가 불허’ 계획이 천명되었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 방침(’21.1.6.)이다.

 이 방침은 첫째,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숙소 제공 시 고용허가 불허 및 사업장 변경 허용, 둘째, 농·어업 분야 주거시설 지도점검 강화 및 근로 감독 추진, 셋째, 영세 농·어가 주거시설 개선 지원, 넷째, 농·어가 사업주 노무관리 교육 강화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다만 이 중 첫 번째 조치의 세부 내용이 발표 후 각계의 많은 논란과 입장 차를 낳으며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에 발표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던 이 조치가 현재는 유예되고 있는 상황이다.

3. 각계의 입장과 쟁점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 방침은 많은 농민단체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 왔다. 이들 농민단체는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여건과 주거기준 개선 방향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나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으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 그간 농업계가 기존 지침에 따라 주거 필수시설을 보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 도 일거에 범법자로 내몰리게 된 점,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촌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는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소요 예산뿐 아니라 관련된 법적·제도적 여건도 새 방침을 수용하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 등을 들어 방침의 시행 유예 및 정부·지자체에 의한 숙소 건립, 「농지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 개선 등의 후속조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인권단체, 노동단체 등 전국 64개 시민단체가 속한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대책위원회’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정부가 발표한 방침은 비닐하우스 ‘안’의 가설건축물만 금지할 뿐 숙소로서의 가설건축물 자체를 원천 금지한 것이 아니고, 숙식비 징수 지침도 아직 폐지되지 않았으며,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자유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2021년 2월 9일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부 농업주들의 반발에 정부 정책이 절대 후퇴해 서는’ 안됨을 역설하고 기숙사 문제에 대한 ‘온전한 대책 수립과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였다. 요컨대 두 진영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자 모두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촉구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도외시한다면 그로 인한 부담과 피해는 현장의 농가, 혹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가 될 뿐이라는 인식도 유사하다.

4. 대안 모색

  여기서 모색하려는 대안은 세 가지 전제에 바탕한다. 첫째,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환경은 보편적 가치로 외국인 근로자도 예외여선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 농촌 지역경제와 농업 생산기 반의 유지가 여러 측면에서 국가 존립에 필수적 요소라는 점이다. 셋째, 1차산업은 물론 이미 국내 산업·경제의 많은 영역이 외국인 근로자의 기여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안은 다음과 같다. (1) 필수시설을 갖춘 가설건축물의 조건부 인정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표 1])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어온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안타까운 사건들이나 언론의 보도 내용 등을 부정해선 안 될 것이고 정부 조사에 일부 허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조사의 시차와 결과의 차이를 감안할 때 전반적인 주거 수준은 대체로 제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설·설비 차원에서의 개선에 비하여 숙소 유형, 즉 가설건축물의 비중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으며, 가설건축물에 농장주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2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농업·농촌의 가설건축물 숙소 문제에 구조적·제도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이에 숙소로 사용되는 가설건축물에 대한 현장실사를 통해 주거 필수시설의 구비나 대지 위 고정 여부 등의 상태를 근거로 가설건축물을 조건부로 숙소로 인정(認定)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귀천·박은정(2019)이 지적하듯 ‘건강 및 안전에 직결되는 기준에 관해서는 엄격히 규정하되, 그 밖의 기준은 영세사업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다. 다만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의 용도가 임시·한시적 사용에 국한되는 만큼, 본고의 나머지 대안들을 포함하여 숙소 유형의 전환을 지원 및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플랜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역 내 유휴공간의 숙소화 등 공공지원 확대

 현재 농촌은 고령화와 과소화로 농업노동력의 절 대적인 풀(pool)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마을·이웃 간의 기본적인 노동 교환 체계도 거의 무너진 실 정이다. 귀농 정책이나 청년농 정책 등 농촌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미래농업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나 그 효과를 단기에 기약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현장의 필요에 부응하고 있는 존재가 임시 및 상용 고용인력, 특히 외국인 근로자인 것이다.

 비단 농업 분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농공단지나 지역 경제에서 이들 외국인 근로자가 기여하는 몫을 고려해볼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지원을 늘림으로써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사업주와 공동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유휴공간이나 빈집 등을 숙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차원의 관리·운영 방안을 검토해 볼 만 하다. 현재 시행 중인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지원사업’의 양적·질적 확대, 외국인고용법 내 예 산 지원의 근거 규정 마련 등도 과제가 될 것이다.

(3) 농업진흥구역 내 고용인력의 숙소 허용 검토

 농업 노동은 일출 전 작업이 많고 날씨에 따라 작업 시간의 유연한 운용을 요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농촌은 공단 지역 등과 달리 원룸, 오피스텔 등이 부족하고, 설혹 읍·면 소재지 등에 그런 주거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농장에서 멀 뿐만 아니라 그 거리를 매개할 대중교통 여건 또한 불비한 지역이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가 주로 농장 부근에 위치하는 것과 많은 경우 ‘농막’인 사정도 대개 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사실 ‘농막’의 용도는 ‘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정되며, 만일 이를 주거시설로 쓰고자 한다면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고 정식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개인에 의해서든 공공에 의해서든 가설건축물이 아닌 형태의 숙소를 농장 근처에 설치할 수 있도록, 농업진흥구역 내 숙소 설치의 허용 문제를 검 토해볼 필요가 있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지를 효율 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하여 농지조성사업 또는 농업기반정비사업이 시행되었거나 시행 중인 지역으로서 농업용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할 토지 가 집단화되어있는 지역(「농지법」 제28조)을 말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농업생산 및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된 토지이용행위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농수산물 및 농수산업 가공시설, 농업인 공동생활 편의시설, 농어촌 발전 관련 시설 등의 설치는 허용되고 있으며(「농지법」 제32조제1항),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에는 농업인주택(고용인력의 숙소는 이에 미포함)이나 마을 공동목욕탕, 어린이집, 숙박 서비스 및 음식 제공 등이 가능한 농 촌 체험시설 등이 모두 포함된다.

 농업 분야에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고용인력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정과 예외 목록을 참고하고 농업진흥구역 지정의 취지를 고려해볼 때 정작 농업 노동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고용인력의 주거 편의가 농업진흥구역 내에 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용도 외 이용 등 규제 완화의 부작용은 그에 맞게 대응하여 별도 조치를 강구하되, 농업진흥구역 내에 고용인력 숙소를 둘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5. 나가며

 외국인의 인권도 그 최소한이 보장되어야 하고, 인권침해 상태는 단기간에 해소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환경이 열악한 농업 분야에 대하여는 공공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농촌경제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기여를 정당 하게 평가하며, 주거환경 개선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관련 예산 지원과 법제 개선의 명분이 생 길 것이다.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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