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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현안분석] 제 206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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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9 12:58:26
제38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심의안건요지.hwp

요 약

□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한미정상 회담의 대북정책 관련 합의내용을 정리하였음 ∘ 대북정책기조로서 한미의 완전한 조율 및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였음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남북 및 북미 간 기존 합의 정신에 따라 외교를 통한 해결을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하였음 ∘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인권 상황의 개선 및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위한 양국의 협력을 공유하였음 ∘ 북핵 문제의 조율을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 하였음 ∘ 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히며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음.

□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정책과제 ∘ 한미정상회담의 논의 내용을 기초로 중·단기적으로 검토 가능 한 정책과제로써 대북 백신지원 논의, 식량지원, 남북대화· 협력의 재개,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분석하였음 ∘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장기적인 경로에는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 협상, 평화협상, 평화협정, 북미국교정상화 그리고 북일국교정상화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을 함께 견지할 필요가 있음.

Ⅰ. 들어가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완성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남북 간 및 북미 간 협상은 판문점 선언1) (2018.4.27.)과 싱가포르 공동성명2)(2018.6.12.)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2019.2.28.)과 스톡홀름 실무협상(2019.10.4.-5.)이 성과 없이 종료되고, 남북관계도 교착되면서 앞선 합의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와 추가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미국에서는 바이든 신행정 부가 출범하였다.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었고, 그에 따라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지속 여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었다. 2021년 4월 30일 바이든 행정부는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라는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였고,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대북 정책을 최종 조율하였다.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인권문제 그리고 한미일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정책 공조 방향에 합의 하였다. 또한, 정상회담 이후 개최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성 김(Sung Kim) 대북정책 특별대사(special envoy for North Korea)의 임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2021년 1월 북미 대화의 재개 조건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로 제시해 놓은 이후 바이든 정 부 또는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6월 17일 개 최된 제3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첫 번째 공식 대미·대남 메시지가 발표되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히며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메시지의 진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그동안의 교착상황을 타개하는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지,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이 보고서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 추진 경과,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대북 책 방향과 한미정상회담의 대북정책 관련 합의,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분석적으로 검토 해 봄으로써 남북, 북미, 그리고 남북미 삼자 간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찾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 의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향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전망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Ⅱ.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 추진 경과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3)의 최종 종착지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건설을 설정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평화를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남북 간 상호 존중의 정신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정책을 기조로 하였으며, 이를 통합하여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경로 설정을 ‘전쟁, 정전,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 협상, 평화협상,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라는 장기적·세부적인 단계로 설정하고 추진하였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을 4년여 동안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들과 함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4.27, 5.26, 9.18-20)과 북미정상회담(6.12)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모멘텀을 적극 활용,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견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였으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방향을 합의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특히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및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여건 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서 「9·19 군사합의」를 도출하였다.

2019년 1월 경 까지만 해도 한반도 주변 환경에 대해 낙관론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북미관계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①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남북군사합의」 등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다는 증표로서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고, ②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의 남북 단일팀과 남북 예술인 공연이 민족화 해와 통일 열기를 고조시켰으며, ③ 2018년 12월에 개최된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민족 공동 번영을 위한 첫걸음이었다는 평가 등이 근거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월의 하노이 제2차 북미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논의 되었던 북핵문제 해결 협상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영변 핵시설 해체와 스몰딜로 북한이 하노이에서 주장했던 것으로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 등 단계적 과정을 거쳐서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는 구상이다.

둘째는 영변 핵시설+ α의 해체와 빅딜로 미국이 하노이에서 주장했던 내용인데, 영변 핵시설을 포함 하여 추가적인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 과정을 거쳐서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는 경로이다. 뿐만 아니라 핵운반수단,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하는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는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과 단계적 주고받기로 한국정부가 구상했던 중재안에 가까운 경로로서 완전한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지점에 북미가 합의하고, 그 로드맵을 상세하게 협의하되 이행 단계는 3단계를 넘지 않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 유형의 비핵화 협상안은 미국, 북한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였으며 하노이 회담은 성과를 거 두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면서 북미관계를 비롯해 남북관 계는 정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고 남북미는 상호 줄다리기 국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4월에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대 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올해(2019년) 말까지 태도 변화를 요구하였으며,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 을 촉구하였다.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정체 국면이 지속되었으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들 역시 계속되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27-28) 이후 냉랭한 상황을 완화하려는 우리 정부의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었으며, 그 결과 남북미의 역사상 첫 판문점 정상 회동 및 북미 정상간 판문점 회동(6.30)이 연속 적으로 성사되었다. 6·30 판문점 회담시에는 실무 협상 개최에 합의하여 비핵화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위한 대화 동력을 확보하는 실마리가 마련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톡홀름에서 북미간 접촉 이 이루어졌다. 양국은 스톡홀름에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하였으나 북핵,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상호 각자의 입장에 대해 이해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하였다. 북한은 북미협상에 새로운 진전이 없게 되자 북미대화를 위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중재자로서 한국 정부의 역할 또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북한의 한국 정부를 향한 불만의 수위가 매우 높아진다.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북한 당 중앙위 제7 기 제5차 전원회의의 결정문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세웠다. 반면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2018년 이후 한미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 중지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의 진행, 그리고 조건 없는 개성 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약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2020년 이후부터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을 포함한 대남 정책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사실상 적대적으로 나타난다. 북한의 비난 성명은 김정은 총비서보다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주도로 진행 되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3월 청와대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을 시작으로 6월 초 대북전단과 관련하여 남북관계가 적대적 관계로 전환되었다고 선언하였고, 6월 16일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으면서 남북관계의 파행이 아닌 관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에서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켰으며, 9월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조난한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 사살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통전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사과를 담은 전통문을 즉시 발송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10월 10일 당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중략)…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혀, 우리 국민 사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관계를 개선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또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이전 단계로 되돌아갔다며, 향후 남북관계 개선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남북관계가 ‘3년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같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한국정부가 첨단 군사장비의 도입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는 북한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것이 남북관계 악화의 이유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3월 16일 미일 2+2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여정 당 부부장은 우리 정부를 향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전쟁연습이며, “3년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 오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하면서, 남북교류 는 물론이고 금강산관광 관련 기구들의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을 통해 미사일 개정 지침 철폐를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리하면, 북미협상 재개에 대한 북한의 일관된 입장은 지난 2019년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제기했던 선(先)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즉 대북제재 해제(일부 포함)가 먼저 시행되지 않는다면 북미협상재개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대북제재가 외교적 협상을 뒷받침해 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북핵협상 재개를 위해 ‘외교를 통한 해결’에 방점을 두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북 미 협상의 재개는 북한의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정은 총비서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를 통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대화의 여지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노딜’로 협상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여전히 트럼프의 ‘탑다운(top-down)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상호간의 불만과 불신이 해소되지 못한 채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정체가 지속됨에 따라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속도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재가동의 계기를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들어서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을 통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추진”,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 및 접경지역 평화 증진”, “남북관계 제도화 및 지속가 능한 정책 추진 기반 마련”을 통일부의 주요한 정책 추진 계획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다시 한번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커다란 변화 없이 한반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Ⅲ.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응

1.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2021년 3월 3일 미 백악관이 발표한 「잠정 국가안보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핵 문제해결 방향이 제시되었다. 동 지침은 이란과 함께 북한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위협하고 지역안정에 도전을 제기하면서 지속적으로 판도를 바꿀 획기적인(game-changing) 능력과 기술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 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대응할 것과 이를 위해 미국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줄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양국 간 첫 공식적 대북정책 조율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던 2021년 3월 18일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국방장관의 방한으로 개최된 한미 2+2회의에서 진행되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고,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번영 증진을 위해 상호 호혜적이고 미래적인 협력을 계속해나가기로”하였음을 밝혔다. 또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옵션과 외교적 옵션 등 모든 정책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과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별도로 언급 한 바 있다.

이러한 언명들을 종합해볼 때, 바이든 정부의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은 미국과 국제사회 의 대북제재를 지속하면서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방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핵화를 향한 부분적인 조치(partial steps toward denuclearization)’의 대가로 부분적인 제재 완화(partial sanctions relief)를 제공하는 점진적인 과정(incremental process)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어떻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공을 북한으로 넘기며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여, 북한의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장기전이 될 여지도 있다.

2. 한미정상회담의 대북정책 논의

2021년 5월 21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결과를 공유하고, 한미 정 상 간 공식적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장이었다. 이번 회담 중 대북정책 관련 내용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대북정책기조로서 한미의 완전한 조율 및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였다. 둘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남북 및 북미 간 기존 합의 정신에 따라 외교를 통한 해결을 제시하였다. 셋째,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인권 상황의 개 선 및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위한 양국의 협력을 공유하였다. 넷째, 북핵 문제의 조율을 위해 한미 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 내용은 다음 [표 1]과 같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과정과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은 긴밀하게 공조하고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정책의 주요 내용은 최근 완료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토대로 우리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한 합의이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 영하면서, 향후 대북접근법은 한미가 완전히 일치하도록 조율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면, 양국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대한 그동안의 논란을 생각할 때 북한의 수용성을 고려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쿼드 (Quad) 정상회의 공동성명이나 미일 2+2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뿐만 아니라 한미 2+2회의 종료 후 에 개최되었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사용하는 ‘북한 비핵화‘와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어 이에 대한 양국 간 인식 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적도 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우리 정부가 사용해온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정리된 것은 우리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그동안의 양국 간 이견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한미가 조율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양국의 대북접근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비핵화 분야에서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제재와 외교의 병행’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협상 원칙과 동시에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판문점선언」과 북미 관계를 상징하는 「싱가포르선언」을 명기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이 반영되었고,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명시적인 지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간 선순환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나,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남북 간 독자적 협력이 가능한 영 역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에서 그동안 남북협력과 대북제재 등을 비롯한 양국 간 대북정책 조율을 담당하던 한미워킹그룹의 활동을 종료(conclusion)하고 새로운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측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또 다른 부분은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다.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은 강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인권문제를 미국 외교의 중심에 놓았으며, 미 국무부는 「2020 국가인권실태 보고서(2020 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소개하면서 인권문제가 미국 외교의 중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에 환영하면서도 북 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가 전면에 부각 되는 것은 북핵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결국 한미 양국은 북한인권 상황의 개선에 대한 공통의 인식,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지속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을 병기하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연장된 「북한인권법재승인법」에 따라 북한인권대사를 먼저 임명할 것 이라는 예상을 깨고 공동기자회견 과정에서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사를 깜짝 임명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로서, 북한에 대하여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견해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 김 대사가 인도네시아 대사와 대북특별대표를 겸임한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과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성 김 대사는 대북특별대사만 전담하게 될 것 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이러한 시각은 임명 당시 인도네시아 대사로서 워싱턴 내에 별도 조직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던 성 김 대사에 대한 국무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일지, 즉, 성 김 대사가 이끌게 될 국무부 내 북핵팀이 어떠한 권한과 역량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 안보 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일 삼각협력을 대북정책과 인도·태 평양 정책 등 아시아 정책 수행을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해 왔으며, 미국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잠정국가안보전략지침서」에서부터 3월 한미·미일 외교 및 국방장관 2+2회담 그리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등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보이슈에서 일관되게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미국의 정책 의지가 많이 반영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동안 일관되게 북한의 비핵화와 “모든 대량 파괴무기와 모든 사정거리의  도미사일‘에 대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한미의 대북정책 인식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북정책에서 일본을 어느 정도 수준의 행위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중시 기조와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강조를 고려할 때 일본의 관여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북한의 대응

북미 관계의 방향에 대한 북한의 최종입장은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에서 표명되었다. 당시 북한은 시한으로 설정한 2019년 말 이전 북미 제3차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2019년 10월 4~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개최했으나, 회담 개시 40분 만에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북한 협상단(단장 김명철)이 실무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미 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적대시 정책 철회”(CIWH: Complete and Irreversible Withdrawal of the Hostile Policy), 즉 ‘안전보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철 대사는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의 조건에 대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라고 밝혀, 대북제재를 “인민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적대시 정책으로  주하여 ‘안전보장’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미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S. Biegun) 대북특별대표는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왔다며, 이번 협상이 과거 북미 대화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보다 진전된 방안과 다양한 단계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제안한 “새로운 계산법”은 경제 분야에 대한 단계적 접근으로 미국 언론은 크게 두 가지 사실을 보도했다.

첫째, 미국 매체 VOX는 제재완화와 관련 하여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여 비핵화 초기단계인 ‘동결’(freezing) 시점에서 제재 완화를 받아 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둘째,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북한의 경제 재건과 관련하여 미국 이 북한에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은 북한의 실질적인 선(先)비핵화 조치에 따른 경제적 인센티브 의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의 선(先)대북제재 완화가 신뢰회복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이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하에서 전개되었던 북미협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갔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높아졌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인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의 사정거리를 확장하여 (미국을 향한) 핵선제 및 보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을 ‘주적’이라고 지칭하였고,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이에 맞춰 대미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가 미국의 태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 따라 상 대할 것임을 밝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후 미 백악관이 「잠정 국가 안보 전략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을 통해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미일 외교‧국방장관 2+2회담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연이 어 개최하여 대북정책 검토를 위한 동맹과의 정책 조율을 시작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이 구체화됨에 따라 북한도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먼저 김여정 당 부부장은 ‘미일 2+2회담’이 개최된 3월 16일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 며, 더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한미 2+2회 담’이 개최된 3월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올해 2월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다는 사실과 이것이 (미국의) 시간벌이라고 비난하였으며, 향후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강조 했다. 그러나 최선희 부상은 다시 한번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강조하며, 북미회담 재개 여부가 미국 의 선(先)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2021년 4월 28일 바이든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그리고 이틀 후 발표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이후,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 기대와 달리 북한이 요구하는 선(先) 대북적대시 정책(대북제재) 철회 없이 ‘외교’를 통한 해결을 강조함으로써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은 당국의 공식적인 반응 대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조선중앙통신」 논평 보도를 통해 한미 양국의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고의적인 ‘대북적대시 정책’이라고 비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의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검토’ 완료 이후 첫 번째 공식 대미 메시지는 6월 17일 개최된 제3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표되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히며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 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김 총비서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총비서 동지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방안을 명시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는 잘못된 기대”라고 주장하면서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 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 는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극단적 도발을 자제하고 있으며,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하면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자 한다는 점에서 북미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역시도 적극적으로 먼저 대화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화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러한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Ⅳ.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전망과 정책과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다만,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의 계기는 일단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은 남북 관계 및 북미관계가 병행적으로 진전될 때 가능하다. 2021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이러한 점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노력에 합의하였으며, 북한도 역시 북미대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현재의 교착상황을 타개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며,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을 통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 동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중장기 과제는 지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종전선언 포함)의 교환을 통한 한반도 평화제도의 완결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정책과제는 무엇보다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연결시키는 것이 실용적인 접근이다. 한미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의 추진 가능한 정책과제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를 기초로 중·단기적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과제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즉,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서 코로나19 백신지원과 식량지원 등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남북대화·협력의 재개,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등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미 정상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양국 정상은 전염병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코백스(COVAX)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과의 조율을 통해 선 세계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 19 백신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데 적극 협력 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국내적으로 코로나 19 대유행의 상황을 완화·종료시킬 수 있는 백신의 생산·수급‧접종이 원활해진 이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통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이행한다는 명분과 북미가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현실적 유용성을 갖는다. 이러한 인도적 지원 문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 우리 국민 합의를 전제로 대북 백신 지원을 북미 양국에 공식 의제로 공론화하는 방안을 하나의 정 책 수단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국제 백신 협력을 통해 전염병 공동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고, 한미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받은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해 협력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증가를 적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파트너가 될 것임”을 전 세계에 천명한 만큼 백신 생산 기지로서 한국의 역할이 본격 가동된다면,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거친 후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제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코로나19 상황으로 단기간에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둘째,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이다. 지난 6월 제8기 제3차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 는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으며, 이를 통해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 문제가 코로나 19 대유행과 동시에 병존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의사를 밝혔고, 국제식량기구(FAO) 등 과 협력하여 대북식량 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하였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본격적인 식량문제가 제기 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에 따라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식량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을 통해 남북간 신뢰 구축과 함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실마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 면제 등의 절차를 준수하고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 합의를 실천 차원에서 진행할 경우 대화 재개를 위해 진행할 수 있는 많은 의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개성공단 조업 관련 대화와 금강산 관광 지구 관련 대화 재개를 들 수 있다. 2021년 2월 22일 통일부는 대북제제 하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장관 은 대북 인도주의협력과 관련해서 금강산 관광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제재의 시각을 유연하게 바꿨으면 좋겠다”며, “단체관광이 아니라 개별적 방문 형태를 띤다면 인도주의에 부합하기도 하고, 제재 대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개성(공단)은 '엑스', 금강산은 '세모', 철도연결은 상당히 우호적”이라며 교착 국면이 이어지는 북미관계의 우회로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개성공단 재개에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개성공단 조업재개의 경우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본격적인 추진보다는 금강산관광 추진 기업 대표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이 자신들의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것부터 남북협력 및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미 정상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하였는데, 코로나 19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대의가 확보되었다 해도 대면 상봉을 진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역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여 화상 상봉을 성사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북한과의 협의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사항임을 고려하여 미국 국적의 재미 한인 중 이산가족들도 화상 상봉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방법을 모색해 왔으나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정체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재가동 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모색의 과정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및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골든타임에 대한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한미간의 통상적인 연합 훈련 일정 등을 고려할 때 8월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었다. 8월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예정 되어 있으며 이의 실시를 둘러싸고 남북·북미 간에 긴장이 제고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골든타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연초에 이인영장관이 보고한 계획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의 성격상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민도 필요하다. 바이든 1기에 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늦어도 바이든 2기에서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구축을 완결짓도록 경로를 설정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대북정책을 마련하고 한미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장기적인 경로에 는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 협상, 평화협상, 평화협정, 북미국교정상화 그리고 북일국교정상화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을 함께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Ⅴ. 나가며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협상이 정체된 상태에서 미국에는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하였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그리고 대북정책 검토 시기 동안 미국과의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방법을 모색해 왔다.

특히 최근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제재와 외교의 병행원칙과 북한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선제적 철회 주장 사이 에는 큰 간격이 있다. 특히 북한은 향후 있을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당 분간 ‘견디기 전략’ 혹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코로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려 대북제재 하에서 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한미가 북한을 유인할 만 한 구체적인 카드를 보여줄 때 까지 버티며 협상장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데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상황 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핵심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의 선순환이므로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 남북 간 협력 공간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한미정상 간 합의로 추진할 수 있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들, 예를 들면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한미 간 이견이 없는 현안들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 들을 세심하게 조율하여 진행하고, 부분적으로라도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남북한과 미국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의 효능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정책공조를 유지하여 한미 양국 간 불필요한 이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대북 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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