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규제완화법①] 취지는 'OK', 효과는 '빵점', 실효성 없는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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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묶여 있던 'LPG(액화석유가스)차량 규제 완화'가 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5인승 LPG 다목적형 승용차(RV·Recreational Vehicle) 신차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회는 기존 7인승 이상 또는 1000cc 미만 차량에 한정됐던 일반인 구매 가능 LPG 차량을 5인승 레저차량(RV)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2년 택시에 LPG 연료 사용이 처음으로 허용된 후 LPG 규제 완화는 점차 진행됐다. 지난해까지는 택시·렌터카·장애인·국가유공자와 신차 기준 7인승 이상 다목적 차량과 배기량 1000cc 미만인 경차, 그리고 LPG차 하이브리드까지 구매 가능했다.

올해 초엔 5년 이상 지난 LPG 차량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이에 따라 5년 이상 지난 LPG중고차 중 유공자와 장애인이 구입하지 않으면 폐차하던 차량이 매매 가능해진 것이다. 이어 지난달 5인승 RV 승용차까지 이용범위가 확대됐다.

◆ "미세먼지 줄이자" 취지는 'OK', 효과는 '빵점'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안은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액화성규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의원은 발의 당시 "경유차가 RV 위주로 급증하고 있어 경유차 저감 정부 정책 방향과 미세먼지 대책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RV에 대해서는 LPG 연료 사용 제한을 완화해 누구나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RV 시장을 경유차가 주도하자 업체들이 LPG 차 개발을 하지 않는 데 대한 지적이다.

LPG가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경유보다 미세먼지 발생이 적은 친환경적 연료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반박할 여지가 없다.

환경부 '연료별 배출 가스 등급' 보고서는 LPG가 1.86으로 휘발유 2.51, 경유 2.77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7월 4일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에서 나온 분석결과 역시 LPG가 휘발유와 경유 대비 환경 피해비용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은 5인승 LPG RV 국내 시판 모델이 없어 유명무실한 규제 완화라는 점이다. 5인승 LPG RV를 사려면 신차가 출시돼야 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신차 개발을 한 뒤 생산라인을 구축하기까지 적어도 1년 6개월이 걸린다.

◆ 왜 통과됐을까

LPG는 정부 부처 간, 업계 간, 단체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일단 정부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당한 세수 감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휘발유는 리터당 745원, 경유는 528원의 세금이 부과된 데 비해 LPG에는 이보다 싼 221원의 세금이 붙는다. 산업부는 점진적으로 확대, LPG 업계와 환경부는 적극 찬성 입장이다.

장애인단체와 정유업계는 반대 입장이다. 장애인단체는 LPG 차량의 확대가 연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LPG가 미세먼지에 미치는 환경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우며, 규제 완화는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LPG 가격이 낮은 것은 정부가 LPG를 '서민 연료'로 분류해 휘발유의 3분의 1, 경유의 절반 수준의 세금만 부과한다는 게 이유다. 11월 넷째주 기준 LPG 가격은 리터 당 885.26원이다. 휘발유는 1525.97원이고 경유는 1317.77원이다. LPG가 휘발유보다 640.71원 싸다. 디젤보다도 432.51원 저렴하다. LPG 차종 제한이 풀리면 세금도 휘발유·경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LPG·정유업계 및 장애인 단체,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LPG 연료사용 제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1단계-5인승 RV만 허용 △2단계-1600cc 소형 승용차까지 허용 △3단계-2000cc 중형 승용차까지 허용 △4단계-전면 허용 등 네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했다. '전면 허용'까지 이야기가 나왔으나 정유업계와 장애인 단체 반발 등을 고려해 마지막 회의에서 1단계인 5인승 RV부터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 '규제완화 2단계' 현대차 아반떼의 독주 시작되나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배기량 1600cc 미만의 승용차에 대해 LPG 사용을 허용하는 '액화성규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즉, 소형승용차까지 LPG를 허용하는 법안이다.

조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법의 △미세먼지의 심각성 △소비자 선택권 확대 △서민층 연료비 부담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1600cc 미만의 자동차 허용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우려한 LPG 수급의 균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LPG 수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LPG 수입가격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LPG 수입가격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경제적 수급 물량은 연간 약 100만t 수준인데, 1600cc 미만 소형승용차를 허용하면 평균 80만~126만t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PG수급 현황은 연간 636만t이며, 수요는 351만t이기 때문에 285만t가량 여유가 있으므로 1600cc 미만으로 한정하면 수급 불안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조 의원의 개정안 역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 있어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현재 배기량 1600cc 미만의 차량은 기아자동차 K3, 르노삼성차 SM3, 한국GM 크루즈 등이 해당하지만 전부 가솔린과 디젤 모델만 판매될 뿐 LPG 모델은 현대차 아반떼가 유일하다.

이처럼 특정업계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무제한으로 규제를 다 풀고 싶은데 산자부의 저항이 워낙 심하니까 단계적으로 풀려고 하는 거다. 특혜가 문제라면 시행시기 '2년 후'로 못 박아 유예기간을 주고 다른 회사들도 준비해서 라인을 깔 수 있도록 하면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7월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2000cc 미만 승용차 LPG 허용법'이 소위에 회부된 상태며, 지난해 10월 곽대훈·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LPG 자동차 전면허용법' 등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