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블랙홀' 법사위서 잠자는 '민생법안'① 상가임대차보호법, 입주상인들 하소연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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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연말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지만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법안 통과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모두 883건이다. 이 가운데 법사위 고유 법률안 706건, 타 상임위에서 넘어와 법사위의 심사를 대기 중인 법률안은 177건이다. 177건의 법안은 이미 타 상임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법사위로 넘어왔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을 빌미로 회의를 열지 않거나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시간을 끌어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몇 달 동안 각 상임위는 개미처럼 심사해서 넘겨줬는데 법사위가 베짱이처럼 침대에 누워 심사를 해주지 않을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개점휴업' 상태인 법사위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며 "법사위를 인질로 삼은 대국민 인질극"이라면서 "예산안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막무가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생법안' 가운데선 연내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하는 필수 법안들이 많다. 계약갱신요구권 기간 연장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21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로 여야가 설전만 주고받다가 회의 종료 직전 10분 가량 논의된 후 보류됐다. 공수처 설치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되면서 '민생 법안'이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 연 5% 못 넘긴다

개정안은 지난 6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여야 의원 14명이 대표 발의했다. 현재 상가임대료 상한인상률 연 9%를 5%로 낮추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증액 한도를 청구 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5%의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함으로써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 한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대통령령에서 이를 청구 당시 차임 또는 보증금의 9%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기간인 5년 내에만 적용받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임대인은 차임 또는 보증금을 지속해서 증액하고 임차인은 증액된 차임 또는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등 소상공인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드시 실행돼야 할 '민생법안'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가임대차분쟁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영세상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의 세입자 강제 퇴거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비롯해 임차상인들이 겪은 구체적인 피해사례도 보고됐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김 모 씨는 임대인이 부른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게를 비우기 위한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이에 저항하다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식당의 보증금은 2009년 개업 당시 3000만원, 월세는 3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15년 12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보증금은 1억원으로, 월세는 1200만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