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둘러싼 논란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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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진 법학박사, 입법과 정치 연구위원
입력 : 2017-12-16 06:57
수정 : 2017-12-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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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경제보복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에게 허용한 ‘시장경제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철회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실제 미국, EU,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아직까지도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거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너무 쉽게 인정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시장경제지위의 인정은 중국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덤핑제도와 같은 특정한 조사과정에서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을 자유로운 경쟁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국가로 간주하고 WTO 반덤핑협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WTO 회원국들은 중국이 시장경제로의 전환기에 있다고 보고, 중국의 WTO 가입조건 중에 하나로서 시장경제지위 인정에 대하여 15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합의하였다.

동 유예기간이 2016년 12월 11일 만료되면서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중국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 EU 등 주요국간 마찰이 지속되어오고 있다. 중국이 WTO 제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한편, 미국과 EU는 관련 국내법 개정을 통해 비시장경제 논의를 우회하여 오히려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미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였음에도 여전히 이러한 논란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에 따른 영향권에 속해있는 데다가, 주요국의 관련법 개정으로 우리나라도 확대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II. 반덤핑제도에서의 비시장경제의 의미

사실 WTO 반덤핑협정에서 시장경제지위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수입국 조사기관이 시장경제와 비시장경제를 구분하고, 비시장경제 국가에 대하여 다른 조사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반덤핑협정 제2.1조는 수출된 상품이 수출국 국내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되는 경우 이를 덤핑으로 간주하는데, 이때, 수출국 국내 판매가격을 정상가격(Normal Value)이라고 한다. 정상가격은 수출국내 동종상품에 대한 정상적 거래(in the ordinary course of trade)에서의 비교가능한 가격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상적 거래’에서 시장경제와 비시장경제의 구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수출국 국내 가격이 시장경제원리에 의해서 결정되지 못하고, 정부개입이나 외부 영향을 받는 경우 ‘정상적 거래에서의 비교가능한 가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국내 정상가격 대신 대체 가격이 사용되는데, 시장경제국인 제3국 가격이 대신 적용되거나 가격이 재구성되는 방식이 적용된다.

요컨대, WTO 반덤핑협정은 시장경제지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시장경제 체제에서 수출국내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덤핑 조사과정에서 대체 가격이 사용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 회원국들은 자국의 반덤핑법제도에 비시장경제국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국인 제3국 가격을 대신 사용하거나 가격을 재구성한 구성가격(constructed value)이 적용되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비해 덤핑마진이 높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시장경제지위로 인한 고율의 반덤핑조치는 중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WTO가 출범한 이래 가장 빈번하게 반덤핑조사 피소국으로서, 1995-2016년간 개시된 5286건의 반덤핑조사 중에서 1,217건이 중국에 대한 조사로서 약 23%가 중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다음으로 빈번한 피소국인 우리나라는 동 기간 398건의 반덤핑조사를 받은 바 있다. 중국에 대한 반덤핑조사건수가 우리나라의 약 3배로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반덤핑조사의 피소국이라는 점에서 시장경제지위 는 중요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III. 중국이 비시장경제지위 약속과 가입의정서 해석 논란

중국은 WTO에 가입 당시 완전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변화기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WTO 회원국들이 반덤핑조사 과정에서 중국에 대하여 불리한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의 WTO 가입 패키지가 담긴 가입의정서 제15항에 규정되어 있다.

특히 제15항의 (a)과 (d)의 해석을 두고 미국, EU 등 주요국과 중국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제15항 (a)는 중국 생산자가 상품의 제조·생산·판매에 관하여 시장경제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경우 중국의 국내 가격/비용을 사용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대체가격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는 조건이 충족되면 종료되거나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제15항 (d)에 규정되어 있다. 즉, 수입국 국내법을 기준으로 중국이 시장경제로 인정되면 (a)의 적용이 종료된다.
 
중국 생산자가 시장경제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여 대체 가격이 사용될 수 있다는 (a)의 (ii)는 중국의 WTO 가입후 15년이 되는 시점에 종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두고 미국, EU 등 주요국과 중국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상기 규정이 종료되면 사실상 (a) 전체가 종료되는 것이므로 더 이상 중국 생산자가 시장경제에 부합하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어지고 반덤핑협정에 따라 수입국 조사기관이 비시장경제여부를 입증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EU를 비롯한 주요국은 15년이 되는 시점에 (a)의 (ii)만 종료되고 나머지 규정들은 여전히 적용가능하다고 본다. 즉, 중국이 시장경제조건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 중국 국내가격을 적용한다는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수입국 국내법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2009년 제소했던 EC-Fasteners 사건에서는 제15항의 (a)가 중국에 대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특별규정으로서, 15년이 되는 시점에 (a) 전체가 만료된다고 해석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중국이 다른 WTO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국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와 상관없이 미국과 EU는 15년이 경과한 시점에도 중국에 대한 비시장경제지위 관련 국내법규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2016년 12월 12일 이에 대하여 WTO에 제소한 바 있으며 현재 분쟁해결절차가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WTO 분쟁해결절차가 2~3년이 소요되므로, 명확한 해석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IV.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여부는 단순히 중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긴밀하게 통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수출하는 기업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WTO 가입시 유사한 규정을 허용한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가입의정서 제15항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아직 분쟁이 진행 중이나, 중국이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지위를 획득하더라도 미국와 EU와 같은 주요국들은 새로운 조치를 도입하거나 기존 절차를 개정함으로써 규제수준을 지속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반덤핑관련 규정을 개정작업을 진행해왔다.

동 개정안은 반덤핑조사절차 과정에서 시장경제국과 비시장경제국을 구분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시장왜곡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즉, 시장왜곡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출국내 가격이 아닌 벤치마크 가격이 적용된다. 또한, 수출국 정부가 수출품목과 관련해 다수의 국영회사를 운영하거나 특정 산업에 차별적인 정책을 제정 및 운영하는 경우 시장왜곡이 있다고 판단하며, 비슷한 경제수준에서 수출을 하는 제3국 가격을 참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시장경제국 지위를 획득하더라도 시장왜곡 여부에 따라 반덤핑 관세부과를 부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나아가 시장경제국이더라도 시장왜곡 여부가 판정된 경우 국내 가격 대신 대체 가격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범위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비시장경제 국가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시장왜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규제수단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장경제국으로 여겨지는 국가들까지 오히려 그 규제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도 정상가격 산정시 수출국 국내시장에 ‘특별한 시장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 내수 가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2015년 말 개정을 통해 특별한 시장 상황의 범위가 확대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수출국 국내의 판매가격 뿐만 아니라 생산비와 투입요소들도 고려할 수 있도록 검토 범위를 넓혔는데, 지난 2017년 4월 동 조항이 시장경제국인 우리나라 유정강관에 대하여 최초로 적용된 바 있다.

상무부는 제기된 다음의 4가지 주장에 대하여 각각은 특정한 시장 상황이 아니나, 총체적으로 특정한 시장상황이라고 판단하였다. 즉, (i)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상품에 대하여 비시장경제 지위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ii) 조사대상상품의 생산비의 주요한 요소인 국내 열연강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였고, (iii) 열연강 코일 기업들과 전략적 연합이 있었으며, (iv) 국내 기업에 값싼 전기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밀접한 조건들이 유정강관 생산비를 왜곡하였다고 결론내리고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였다. 따라서 시장경제국이라도 하여도 중국의 비시장경제지위를 적용하지 않고 부품이나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대체 가격이 사용될 여지가 있게 되었다.

미국은 특별한 시장 상황을 개정하여 검토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전례없이 시장경제국가인 우리나라에 대하여 특별한 시장상황을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비시장경제 지위와 관련하여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특별한 시장상황을 적용한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산 상품에 대하여 비시장경제지위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면밀하고 다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 SWOT 분석 >

가. Strength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을 수출하는 우리기업의 경우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어느 정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국의 시장경제지위가 인정되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 Weak Point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시장경제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고율의 반덤핑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게 되더라도 수입국들의 개정된 국내법규정 또는 국내제도의 운용에 따라 여전히 비시장경제국 수준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 Opportunity

우리나라도 중국 다음으로 반덤핑 조사와 조치를 빈번하게 부과받는 국가로서 반덤핑규범에 대하여 민감하므로, 최근 엄격해지고 있는 반덤핑제도에 대하여 대응시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공조가 가능하다.

라. Threat

시장경제국가인 우리나라에 대하여도 중국에 대하여 비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특별한 시장상황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적용된 바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중국의 비시장경제 지위와 관련하여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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