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②] ‘화폐냐, 재회냐’…국내 법적 규제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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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 회원은 134만명(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초(33만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약 200만명 이상의 신규 투자자가 올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 거래 규모까지 넘어선 암포화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말 송년회의 단연 최고 화제거리다. 근래 들어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본지는 암포화폐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 법적 논란,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 과정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충정 제공]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법률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법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상화폐의 정의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상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가치의 전자적 상징으로서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척도 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기능하지만 법정 화폐가 아니며, 법률상의 정확한 개념 정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계산의 척도 등 이른바 화폐의 3대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화폐’로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뉴욕주)의 경우, 가상화폐를 ‘발행기관 여부와 무관하게 교환·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전자적 단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우이(Howey) 테스트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증권’에 해당한다. 시카고옵션거래서(CBO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기도 했다.

미국과의 차이점은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취하고 있어, 자본시장법 제4조 상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유가증권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 따른 유가증권의 종류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이다.

유가증권에 해당할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아 각종 절차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 발생할 소지가 있다.

안찬식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는 “통상의 가상화폐는 그 소지자가 발행자에게 확정적 또는 조건의 성취에 따라 금전 등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면서 “설령 배당과 유사한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발행자 등의 판단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서 소지자에 게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가상화폐에 특정 서비스 기능이 존재한다 해도 이는 ‘하는 채무’에 불과할 뿐 소지자에게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회사나 조합 등 특정 단체의 지분 또는 소유권을 표창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지분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적다.

지분증권은 신주인수권이 표시된 것으로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출자증권, 혹은 상법에 따른 합자회사·유한책임회사·유한회사·합자조합·익명조합의 출자지분을 취득할 권리가 명시된 것을 말한다.

반면, 일본은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사용·구입·매각·상호 교환이 가능한 재산적 가치가 있고 전자정보처리조직을 이용해 이전이 가능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가상화폐를 ‘자산(재화)’으로 봤으나 개정 자금결제법은 ‘화폐’로 정의했다.

또한 EU(유럽연합)와 영국은 가상화폐를 화폐 또는 유통증권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호주는 자산(재화)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보고 있다.

안 변호사는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법적 이슈가 부상할 것”이라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역시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및 합리적 규제안이 논의되고 있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전면 금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국내 ICO(가상화폐공개) 전면 금지 방침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 부흥 공약에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건실한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기적 ICO를 분리해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는 데 정부의 현명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및 업체들이 로펌으로 몰리고 있다.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관련 세미나들이 최근 잇달아 개최되고 있다.

정부가 거래 제한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서자 현재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사업이 정부의 규제 방향과의 맞는지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 등 관련 법률 문의가 대폭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