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주취자 현행범체포 위한 법 개정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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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시작된 ‘주취(酒醉) 감경 폐지' 청원에 한 달 동안 참여한 사람이 20만명을 넘었다.

재심으로 조두순에게 형을 추가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공유되면서 국민청원이 ‘제2의 조두순 재판’을 막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국민적 여론이 주취자의 범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여론과 맞물려 최근 경찰이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생활질서과는 최근 “상당한 시간 동안 술에 취해 소란을 벌이는 경우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도록 경범죄처벌법 관련 조항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은 “관공서에서 술에 취한 채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이 조항을 ‘(장소를 불문하고) 경찰관의 중지 요구를 받았음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주취소란 행위를 계속하는 사람’도 같은 처벌 대상이 되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4조는 벌금 50만원 이하의 경범죄를 범했을 때 주거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상 주취소란자의 경우 벌금의 최대 상한액이 10만원으로 규정돼 현재로서 주취소란자는 주거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체포될 수 있다.

즉 현행법상 관공서가 아닌 곳에서 술주정을 부리거나 소란을 피운 사람은 노숙자와 같이 사는 곳이 일정치 않은 경우가 아닌 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 개정안에 따르면 주취소란자의 경우에도 경찰관의 중지 요구에 불응하면 처벌의 상한이 벌금 60만원이 되므로 현행범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과 인권단체 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만취 상태에서는 경찰관이 제지해도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취객에게 시간을 뺏겨 정작 중요한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를 중심으로는 경찰권 행사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경찰청 경찰개혁위원)은 “경범죄처벌법의 적용 요건을 점차 완화하면서 경찰에 밉보이기만 해도 현행범 체포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주취 범죄의 만연 및 주취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경찰의 개정 의도에도 수긍할 만한 부분이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폭력사범(37만8000여명) 중 31.5%(11만9000여명), 공무집행방해사범(1만5000여 명) 중 71.4%(1만여명)가 주취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2016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범죄자 995명 중 ‘주취’로 분류되는 사람이 390명으로 40%에 달했다. 또한 성폭행 범죄자 6천427명 가운데 29%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자를 미리 제지하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의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몇 가지 점에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우선 기존 법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주취자에 의한 범죄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는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제4조에서 경찰관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경찰관서에 2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동안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6조는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에 행해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도 만취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관은 그를 술이 깰 때까지 경찰관서에 보호하거나 목전의 범죄를 제지함으로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형벌의 적정성의 관점에서 주취소란자가 단순히 경찰의 제지에 불응한 정도만으로 경미범죄를 넘어서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가 가능할 정도의 범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주취자가 소란을 피는 경우에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아직 사회적인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 경찰관의 제지에 불응했다고 해서 현행범으로 체포, 처벌 받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이에 더해 주취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올바른 음주 문화양성과 알코올 질환자에 대한 치료가 범죄를 막는 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과도한 음주를 권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술을 끊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주취 범죄자의 범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잘못된 음주 문화를 개선하고 알코올 중독자에 대해서는 치료 및 재활을 돕는 것이 주취 범죄자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찰의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고민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다만 주취자에 의한 범죄가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찰관의 보호조치 내지 제지만으로는 대응하기에 부족한 경우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한 개선도 필요할 수 있다.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 주취소란자의 행위(예컨대 주취자가 흉기를 들고 배회하는 등 범죄에 나아갈 개연성이 매우 큰 경우)에 대해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도록 개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할 것이다.

[사진 = 김재윤 변호사(법무법인 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