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출범기획]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인터뷰 "국민 법의식 회복 위해선 입법과정 감시하는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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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사법시험 40회에 합격, 사법연수원 30기를 거쳐 법조계에 입문했고, 이후 법률신문사 논설위원, 서울남부구치소 교정자문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법과 정치]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된 이찬희 회장은 지난 한 해를 '개혁'의 해로 평가했다. 국정원과 검찰·경찰 그리고 법원뿐만 아니라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개혁의 기조 하에 방만했던 경영 방식을 개선했다. 이 회장은 전반적인 사회가 개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국민 법의식이 회복될 수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법과 정치는 창간기념 특집으로 우리 사회 개혁과 법질서 회복에 대한 이 회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신년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입법, 사법, 행정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법을 올바로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해 입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회의원의 법안발의부터 운영과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법시험 40회에 합격, 사법연수원 30기를 거쳐 법조계에 입문했고, 이후 법률신문사 논설위원, 서울남부구치소 교정자문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특히 폭넓은 시야와 뛰어난 친화력으로 리더십을 발휘, 변호사 사회에서 '맏형'으로 통한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취임 이후 지난 1년을 되돌아보자면?

“국가 전체에 개혁 바람이 불었다.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잘못된 관행과 편법에 젖어있는 구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고 시대의 요청에 따라 국가기관과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의 흐름이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도 개혁이 가장 큰 화두가 아니었나 싶다. 법원에서는 기존의 불통과 권위적인 문화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개혁적인 대법원장이 취임했고,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검찰에서도 지나친 검찰권력 비대화와 정치권과의 유착에 따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파격적인 인사와 광범위한 적폐수사가 진행됐다. 경찰도 집회와 시위에 대한 무리한 대응과 비인권적인 수사관행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인권경찰로 탈바꿈하려는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었던 예산과 회무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있었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다. 퍼주기식으로 운영되던 각종 행사를 회원 중심으로 실효성 있게 변경했다. 논란이 많았던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안정적으로 법조계로 진입하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던 한해였다.”

-원칙과 법이 마련돼도 지켜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법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어떻게 진단하는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양보를 요구했다.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정착돼야 하는데 그동안 대한민국에 그런 기회가 없었다. 오랫동안 독재와 군사정부를 거치다가 잠깐 문민정부가 등장했었다. 그러나 보수정부로 회귀하면서 독재와 군사정부 시절에 횡행하던 유착관계, 즉 원칙이 아닌 친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법이 확산됐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잘못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본다.

사실 법과 원칙을 따를 때 객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법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국민들의 불신이 없어지려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과 개혁이 제대로 결실을 거둬야 한다.

법조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생명력은 리걸 마인드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다. 따라서 일관성과 형평성으로 대표되는 법률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국정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가통합을 위하여 큰 틀에서 포용성과 융통성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원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입법부, 사법부와 행정부에 있는 것 아닌가.

“대학 강의 첫 시간에 항상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이 법(法)자다. 법은 물 수(水)와 갈 거(去)의 혼합체다. 글자 그대로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법을 상식과 양심에 따라 순리대로 적용하면 된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국가전체적인 틀에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당선, 본인이 소속된 정당의 집권을 떠나서 국민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상식적으로 이것이 ‘국민을 위하는 활동이다’라고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면 된다.

본인의 양심에 반하면서 정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벌이나 권력기관의 압력이나 로비에 국회의원이 흔들린다면 의원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올바른 입법 활동을 위해 국회의원의 법안발의부터 운영과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법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법률가와 변호사단체의 사전 및 사후통제가 중요하다. 의원들은 법률안을 발의하기 전에 변호사회와의 심포지엄, 세미나를 진행하고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최근 들어 새로 국회에 진입한 신진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더 나은 입법을 위해 노력하는데 더 많은 의원들이 이와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의 전통적인 법체계가 아니라 우리사회 법문화와 법감정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법은 일본을 통해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였다. 해방 이후 미국과 사회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영미법 체계가 도입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 법체계는 영미법과 대륙법이 혼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

영미법은 판례에 의해 법을 현실에 맞게 신속하게 적용해 나가는 장점이 있고, 대륙법 체계는 의회가 만든 성문법에 근거하니까 해석을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법체계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잘 융합하면 장점이 극대화돼 우리나라에 가장 잘 맞는 법체계와 법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도 현재 학문적, 실무적으로 이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양법 체계의 혼용이든지 새로운 법체계든지 국민을 위해 만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적의 법체계를 발전시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유리한 것을 받아들이는 권력자나 기득권층의 선택적 법 수용이 문제다. 법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입법을 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반성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국회의원들이 당파적인 이해관계나 본인의 당선에 중점을 두어서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못한다. 다른 나라에도 정경유착은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정도가 문제다.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의 존재와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필요하다.

사회 갈등의 한 요소인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대부분 피용자는 힘이 약하므로 사용자가 좀 더 양보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이해관계가 아무리 첨예하게 대립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화채널을 활성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고 협의체를 더 많이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노사관계협의회나 노사정위원회를 더 활성화해서 대화를 계속적으로 유도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귀족노조라는 말을 한다. 재벌이나 대기업이 좀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방하고만 손을 잡으려고 한다. 사실상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비정규직들이 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순간의 편안함을 버리고 올바름을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

-법질서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김영란법 도입은 부정청탁이 만연했던 우리 사회 문화를 청산하는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려웠던 부정청탁이 김영란법이 적용되면서 분명하게 근절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화훼농가 등 일부 피해가 있었지만 이는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입법, 사법, 행정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법을 올바로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전제는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입법이 중요한 것이다.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은 항상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두는데,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입법부는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다수의 의사에 따라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에 따라 공무를 집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적용이 잘못되거나 아예 법이 잘못 제정되어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헌법재판소와 법원과 같은 광의의 사법기관이 입법과 행정을 사후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를 원칙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각각 ‘이것이 상식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맞춰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면 문제가 없다. 만일 국가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입법부의 경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심판을 받고, 행정부는 입법과 사법에 의한 통제를, 사법부는 상소와 재심제도를 통한 통제를 통하여 시정되면 된다. 그것이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국가를 만드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