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단독] 건설사에 능멸당한 공정위···SK건설에 이어 현대건설, '과징금 불복' 항소심서 승소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건설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파주시 제공]


[법과 정치]

현대건설이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불복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실수로 과징금 부과는 취소됐지만 재판 주요 쟁점이었던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의 입찰 담합은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같은 사건(과징금 불복 소송)으로 SK건설이 제기한 소송에 이어 연달아 패소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11년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를 총 10개 공구로 나눠 진행했고 제5공구의 설계와 시공 공사에 입찰을 진행할 당시 원고 등 4개사가 입찰에 참가했다.

 4개사의 입찰담당자들은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한 가격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대한 각사의 내부방침을 확인해 협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입찰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 모여 제비뽑기로 각 회사별 입찰율을 정했다. 투찰가격이 정힌 4개의 종이를 회사별로 추첨하는 방식으로 뽑아 입찰율을 정했다. 합의대로 입찰을 진행했고, 심의 결과 대림산업이 낙찰자로 최종 결정됐다.

이후 지난 2015년 10월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입찰 당시 원고인 현대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이 짬짜미 입찰을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53억에서 103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두 번의 조정기간에 거쳐 최종적으로 대림산업에 69억7500만원, 공모에 관여한 현대산업개발 53억1400만원, SK건설 46억5000만원. 현대건설 104억63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원고인 현대건설은 “가격경쟁은 낙찰자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설계부문에서 1위를 하는 사업자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공사 입찰에서 설계경쟁을 치열하게 했고 한 개의 건설사만 낙찰되는 상황에서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림산업이 건설사들과의 모임에서 추첨했던 투찰금액이 가장 적어 심사에서 가장 낮은 가격점수를 받았지만 더 비중이 높은 설계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됐다.

이에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이동원)는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은 입찰자체의 경쟁뿐만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며 “사업자들 사이 합의에 의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했다면 경쟁이 기능할 가능성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없앤 것이 돼 입찰과정에서 경쟁의 주요한 부분이 제한된 것으로 봐야 해 공동행위는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방식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4개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당시 대림산업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체결한 계약금을 관련매출액으로 판단했다.

현대건설 측은 “공정위가 낙찰자의 계약금액을 기초로 한 관련매출액 산정은 위반된다”며 “원고는 입찰에서 탈락해 매출액이 없으므로 공정거래법 22조에 따라 20억원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정액과징금이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 사건 공사 입찰에서 탈락한 원고에 대해 낙찰자 계약금액을 기초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주장대로 피고인 공정위가 과징금을 잘못 산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과징금납부명령을 함에 있어 공사 관급자재금액, 건설폐기물처리비용, 문화재조사비를 관련매출액에서 공제해 산정했어야 했다”며 “이를 공제하지 않은 과징금납부명령에 위법해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