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계약과 다른 중재기관...선정에 이의제기 없었다면 중재 판정은 유효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12일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합의되지 않은 중재기관에서 중재판결을 받았더라도 이의제기가 없었다면 유효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대법원 제공]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중재기관에서 계약분쟁을 풀어내려는 국제중재절차가 진행되는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한 국내 기업이 아일랜드 기업에 거액의 중재판정 배상금을 물게 됐다.

대법원이 중재 과정에서 당사자가 별다른 이견 없이 있었다면 해당 중재기관에 중재를 맡겨도 좋다고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2일 아일랜드의 기업 컨설팅 회사 P사가 국내 기업 컨설팅 회사 D사를 상대로 낸 중재판정 집행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선정한 중재인에 의해 절차가 진행됐다는 하자는 근본적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중재판정이 적법하다는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P사는 2008년 D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두 회사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상공회의소(ICC)를 중재기관으로 삼아 ICC가 선정한 중재인을 통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중재심판을 진행하기로 합의돼 있었다.

두 회사 사이에는 2013년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관련해 분쟁이 생겼다. P사는 영국에 본부를 둔 공인중재인협회(CIARB) 아일랜드 지부에 중재신청을 냈다.

D사는 중재절차 과정에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중재인이 정한 심문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CIARB가 선정한 중재인이 더블린에서 심문기일 절차를 진행했고, 'D사는 P사에 71만6천423유로(한화 9억2천163만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D사는 뒤늦게 "합의하지 않은 중재기관에서 내린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P사가 우리 법원에 중재판정을 집행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 2심은 "D사가 기존에 약정했던 ICC의 중재절차를 통한 중재 등 절차적 권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로 진행하는 것에 관해 새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며 중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