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제한법, 기업 혜택 어디까지②] 비씨카드, '기술 투자' 세액공제 받으려고 소송···결국 패소

조특법 '기술유출 방지설비' 의미 규정 따로 없어 혼선 빚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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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결제 이미지.[사진=아주경제 DB]


비씨카드가 안전설비 투자로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했지만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에 이어 소송에서도 패소해 결국 세금을 못 돌려받게 됐다.

9일 서울행정법원 등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 2015년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비씨카드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0억원을 들여 카드 승인과정에서 송수신되는 카드번호, 결제대금, 고객 이름 등 거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호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씨카드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25조에 따라 안전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에 해당한다며 과세관청에 3300만원 상당의 경정청구를 했다.

이에 과세관청은 이 시스템이 비씨카드 고유의 업무를 위한 투자에 해당할 뿐 조특법 25조의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기술유출방지설비에 해당하는 투자가 아니라며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조특법 25조 1항 9호에 따르면 내국인이 기술유출 방지 설비 중 산업정책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2012년 12월 31일까지 투자하는 경우 그 투자금액의 3%에 상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있다.

또 조특법 시행규칙 13조에 따르면 해당시설은 기술유출방지설비 중 정보보호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으로 암호화 및 인증제품, 네트워크 보안제품, 시스템 보완제품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에 불복해 과세관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비씨카드 측은 “기술유출 방지목적이 인정돼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에는 사업상 보호돼야 할 거래 관련 정보, 기업 고유의 업무프로세스 및 영업노하우가 포함된다”며 “이러한 정보를 보호하고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치된 것이므로 세액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하태흥 부장판사)는 비씨카드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특법에서 기술의 의미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법 12조에서도 기술은 특허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른 등록 또는 출원된 특허 등이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적, 과학적 또는 산업적 노하우를 말하는 것이라 비씨카드의 기술유출방지설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씨카드 시스템으로 보호되는 것은 금융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거래내역, 고객정보 등인데 정보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시스템이 보호되고 있는 기술이 있다는 점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조특법에 기술과 기술유출 방지설비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어 재판부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합리적인 이유 없이 법규를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이 감면규정의 입법취지는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기술유출방지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사업과정에서 취득한 거래 관계에 관한 정보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호시스템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비씨카드가 구 전자금융거래법 2조 등에 따라 정보보호시스템을 설치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만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