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피의자' 이명박, 검찰 출석 "참담한 심정"

"역사에 마지막이길"…혐의 관련 언급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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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 혐의 피의자로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2013년 2월 24일 퇴임한 지 1844일만이고,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지 1년여 만이다. 전직 대통령의 출석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4분 논현동 자택에서 차량을 타고 출발해 8분 만인 오전 9시 22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섰다. 이날 현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보기 위해 내외신 취재기자 6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무엇보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100억대 뇌물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건가'란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검찰 청사 안으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사 실무지휘자인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지검 10층 1010호 특수1부장실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같은 층 1001호실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1001호실은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장소다.

이날 조사에는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과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투입됐다. 이복현(46·32) 특수2부 부부장 검사도 조사에 참여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동의를 받아 조사 전체 과정을 영상 촬영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액이 삼성그룹이 제공한 다스 소송비 60억원(500만 달러),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17억원 등을 포함해 총 100억원대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다스와 관련해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거액 탈세 등 다스 경영 비리 혐의 등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 특활비 등 일체 불법자금 수수와 관련한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다스 경영 문제로 조언을 준 적은 있지만, 다스는 형 이상은씨 등 주주들의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주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의 진술과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 등지에서 발견된 다량의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할 예정이다.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이날 조사는 자정을 훌쩍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