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기획] "박근혜 치마폭 잡고" 비판했던 홍준표…친박계 6·13공천 발벗고 나서나

  • 김문수, 김태호, 이인제 등 친박 인사 공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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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1 16:53
수정 : 2018-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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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 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박근혜 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 2017년 11월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권으로 제명하며

자유한국당이 이번 주 중 6·13 동시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로 서울시장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경남지사에 김태호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충남지사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을 내세울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옛 친박계 인사로, '친박 청산'을 외쳤던 홍준표 대표의 공언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과 경남지사 공천과 관련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이름 역시 꾸준히 오르내렸다. 서울과 경남, 충남은 모두 전략공천 지역이다. 홍 대표가 "조속히 공천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한 이상 이번 주 중 공천이 진행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들은 전국적인 인지도는 갖고 있지만 지난 총선 새누리당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인사들이다.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 지난 2016년 총선 보수텃밭인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낙선했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016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사퇴했다. 당시 김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지역구에서 패배했다.

이들의 출마는 극심한 인재난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로 김 전 지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런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앞서 홍정욱 헤럴드 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실패한 홍 대표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친박 청산'을 내걸었던 홍 대표지만 극심한 인재난에 그나마 인지도라도 갖춘 친박 인사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먼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는 애초 친박계는 아니었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열렬한 친박 인사로 돌변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및 무효 등을 외치며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가 된 것이다. 전설적인 노동 운동가에서 아스팔트 보수가 된 김 전 지사를 두고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과거 학생운동의 황태자였던 김문수와 지금 박근혜 사수를 외치는 김문수를 연계해서 말할 능력이 내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을 타진했던 김병준 전 교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정국 당시 책임총리로 내세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최고위원이나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2015년 7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몰아내는데 앞장 선 인물들이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을 해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의 정점을 찍었던 상태였다. 이들은 이후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함께 신박(新 친박)으로 분류됐다.

뿐만 아니다. 앞서 지난 16일 공천을 확정한 서병수 부산시장이나 유정복 인천시장 등도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서 시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동문으로 지난 2012년 5월 조직과 자금을 담당하는 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은 '친박 라인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 시장은 올해 3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마음이 착잡하고, 아직 믿을 수 없다. 검찰 발표나 언론을 통해 이런저런 죄목을 보고 들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지시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또한 친박 인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 본부장을 시작으로,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다만 김기현 울산시장의 경우 과거 비박계로 분류됐던 인사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친박 청산을 줄기차게 시도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권으로 제명한 데 이어, 12월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 핵심인 서청원·유기준 의원 등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했다. 또 박근혜 정부 주중대사를 지냈던 권영세 전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 역시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힘을 잃은 인사들이다.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재임 중이거나 탄핵 당시 '사라진' 이들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의 한국당 공천을 보면 친박 청산이 무색할 지경이다. 홍 대표는 친박계를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치마폭"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지난 2011년 5월 친이계와 친박계를 모두 겨냥해 "정치라는 것은 자기경쟁력으로 해야지 누구 치마폭에서, 누구 바짓가랑이 잡고 하는 것은 정치를 오래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박근혜 치마폭 잡고 국회의원 됐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지, 난 탄핵 때 탄핵 반대한다고 하는 국회의원 한 명도 못봤다"(지난해 6월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 "박 전 대통령이 이 당을 7년이나 지배했다. 그때 대부분의 의원이 7년 동안을 박 전 대통령의 치마폭에서 지냈다"(지난해 12월 월간조선 인터뷰) 등의 발언이다.

박근혜 당에서 벗어나겠다던 홍 대표다. 그러나 극심한 인재난에 결국 홍 대표 마저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는 '박근혜 치마폭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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