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박근혜 '운명의 날' 생중계될까…"인권 침해" vs "국민 우롱"

  • 대법, 지난해 7월 1·2심 생중계 길 열어
  • 이재용·최순실 등 잇따라 비공개 결정
  • "공개 시 인권침해" vs "비공개 국민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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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1 17:37
수정 : 2018-04-0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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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는 6일 열린다. 박 대통령의 '운명의 날'이 하급심 사상 처음으로 TV 생중계될지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번 주 초 박 전 대통령 사건 선고 공판의 생중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2항은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중계방송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전에 법원은 본격적인 공판·변론 시작 이후엔 어떠한 녹음·녹화·중계도 불허해왔으나, 법원조직법과 헌법상 '공개 재판 원칙'과 상충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국정농단 재판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생중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 1·2심 잇따라 불허 결정…대법·헌재는 생중계 허용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생중계되면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1·2심 재판이 실시간 방송되는 첫 사례가 된다.

작년 8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당시 재판부는 "중계를 허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최순실씨의 1심 선고 때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부동의 의견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선고재판의 촬영·중계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중계되지 않았다.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을 이유로 2013년부터 주요 사건 공개변론을 온라인으로 생방송 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건은 지난달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열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으로, 당시 공개변론 현장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Live)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앞서 지난 1월 18일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도 포털 사이트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헌재도 1998년 창설 이래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2008년 BBK 특검법 위헌확인 사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총 5개 사건에서 생중계를 허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 등과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피고인 인권 침해 우려" vs "비공개 국민 우롱 처사"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중계를 거부할 경우 재판부가 이를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과, 헌정 사상 대통령 탄핵까지 이뤄진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선고 중계를 허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법원 선고 중 지난 1월 온라인 생중계된 '휴일근로 중복가산 사건'에서 원고인 성남시 환경미화원 측 변호를 맡은 양제상 변호사는 "온라인 생중계가 되면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법정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서면이 아니라 직접 말로 전해지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이해가 빨리 간다"고 말했다.

다만 양 변호사는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인권 침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법리적으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받고 있지만, 국민 정서상 이미 마음속으로 '이건 유죄'라고 생각하고 생중계를 지켜볼 수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 생중계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원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생중계를 계속 허가하지 않아 대법원 규칙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출신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애초 대법원이 규칙을 바꾼 이유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 국민이 초미의 관심을 두는 사건에 대한 진실 관계 파악을 좀 더 활성화하자는 측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원의 태도를 보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피고인 측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다만 얼마 전 검찰의 '세월호 7시간' 관련 조사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최순실씨가 사실상 대한민국 대통령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 상황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이 싫어하니까 생중계를 안 한다'는 기존 태도를 유지한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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