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정치人] '데뷔' 노회찬…국회, 교섭단체 '4륜 체제'로

  • 노회찬, 원내 입성 14년 만에 첫 교섭단체 대표
  • 민주·한국·바른미래·평화와정의, 4당 체제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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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2 18:04
수정 : 2018-04-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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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이 2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정례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정세균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2016년 4월 13일 총선으로 시작한 20대 국회가 2020년 4월에 있을 21대 총선까지 딱 '반환점'에 섰다. 그 반환점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나가는 정치인이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하 평화와 정의)'의 첫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당 중심으로 운영되던 국회 지형이 2일부터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됐다. 4명의 원내대표들 가운데 새 얼굴인 노 의원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됐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3선으로서의 경륜,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원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까.

◆ 원내 입성 14년 만에 첫 교섭단체 원내대표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 간 정례 회동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는 "그동안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테이블에 나오지 못 했다"면서 "담을 넘어서라도 오려고 했는데 마침 평화당과 손을 잡고 문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20대 국회는 2016년 4월의 민심이 반영됐을 뿐이지 그 이후의 민심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와 민심의 괴리를 좁히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정 의장은 "식구가 한 분 늘었다. '평화와 정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노 원내대표는 경륜이 있고,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은 분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20인 이상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당 보조금을 우선 지급받고, 상임위원회에서 간사를 맡는 등 혜택이 주어진다. 따라서 원내에서 중요한 합의를 할 때 교섭단체 중심으로 이뤄진다. 개헌 협상도 지금까지는 우원식 민주당·김성태 한국당·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만 해왔다. 

정의당이 평화당과 손 잡고 공동교섭단체 형식으로 교섭단체가 되면서 노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된 지 14년 만에 교섭단체 대표로 활동하게 됐다. 노 원내대표는 '평화와 정의' 대표로서 2개월 동안 원내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14년 전에 국회 첫 등원했는데 오늘 첫 교섭단체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하게 돼서 그때만큼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에 봄이 온다'는 의미로 새싹을 상징하는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3선을 지냈지만 모두 20석 미만 정당 소속으로 비교섭 단체에만 머물러 왔다. 그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처음으로 원내에 입성했다. 이후 통합진보당으로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병에 당선됐지만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 직을 상실했다. 당시 노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당선됐다. 당선 후 원내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5월 재신임되면서 2년 연속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며 보통 3선 의원이 맡는다.

◆ 4월 임시국회서 '캐스팅보트' 존재감 드러낼까

국회 지형 변화에 따라 노 원내대표의 원내 임무는 막중하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개헌·북핵 등 현안이 산적한 4월 임시국회에서 평화와 정의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노 원내대표의 손에 달렸다.

현재 국회는 원내1당인 민주당(121석)과 원내2당인 한국당(116석) 모두 과반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평화와 정의는 앞으로 현안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과 함께 '범(凡)진보' 진영의 과반의석을 완성하는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범보수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30석) 소속이지만 정치 행보는 평화와 정의와 함께하는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3명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 무소속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하면 범진보가 148석으로 범보수(145석) 보다 근소하게 앞선다.

평화와 정의는 특히 개헌 이슈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방침이다. 개헌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을 절충한 '총리 국회 추천제'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다만, 한국당이 단독으로 확실한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평화와 정의가 협상 구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노 원내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정례회동에서도 "개헌이 가장 큰 현안인데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만 풀면 나머지는 쉽게 풀릴 것"이라며 "골든타임이 한 달 밖에 안 남았다. 한 달 내 용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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