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 기획] 정권마다 반복되는 ‘추경 잔혹史’

  • ‘연례행사’ 비난 속 매년 정치공방으로 ‘누더기’
info
입력 : 2018-04-09 18:04
수정 : 2018-04-09 18:39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2000년대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추경’을 두고 ‘연례행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년 이후 햇수로는 올해를 포함해 14년, 횟수로는 16회 동안 편성됐다.

‘연례행사’라는 오명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9일 국회 본회의 무산처럼 매년 추경 때 마다 정치적 공방으로 번져 ‘흑역사’로 남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추경은 국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바꿔야 할 때 정부가 헌법 제56조에 의거,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국가재정법 제89조).

2002년과 2003년, 2006년에는 태풍 ‘루사’와 ‘매미’ 등으로 인한 재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조~7조원 가량의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 해는 2009년이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총 28조4000억원에 이르는 이른바 ‘슈퍼 추경’을 단행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정권별로는 김대중 정부가 총 8회로 가장 빈번하게 추경을 편성한 정부로 기록됐다. 김영삼 정부가 6회, 노무현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이명박 정부 2회가 그 뒤를 이었다. 2007년 이명박 정부 때는 재정 건정성 등을 강조하며 추경 빈도가 줄었다.

임기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추경으로 편성한 것은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39조9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문제는 추경을 통한 일자리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단행했다. 그러나 2012년 전년 대비 43만7000명 늘었던 취업자 수는 오히려 2013년 38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 11조6000억원 추경안을 편성한 다음해인 2016년에도 취업자 수가 29만9000명 증가해 전년(33만7000명)보다 줄어들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2013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추경안은 20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추경안과 2016년 추경안은 통과까지 각각 19일과 39일이 걸렸다.

노무현 정부도 총 5차례 추경을 편성해 평균 27.4일이 걸려 국회 동의를 받았다. 반면 2008년과 2009년에 두 차례 추경을 편성했던 이명박 정부의 경우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각각 91일, 31일이 소요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7월 역대 4번째로 컸던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에도 고용사정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 추경안은 45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올해는 예산안이 확정된 지 석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추경 편성을 다시 전격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역대 1·4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2009년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일자리 대책에 많은 비중을 둔 추경은 흔치 않다는 사실도 현 정부에게 부담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이전 일자리 창출에 가장 많은 예산을 할당한 추경은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슈퍼 추경으로 총 2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박근혜 정부도 대량 실업을 막겠다는 목적과는 달리 실제 일자리 및 민생안정에 편성된 예산은 전체 추경 11조원의 17.3%에 불과한 1조9000억원이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추경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편성한 적은 없었다”면서 “연초부터 추경을 말하는 것은 선거용, 정치적 꼼수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