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점검] 국회 ‘올스톱’ 시킨 ‘방송법’이 뭐기에

  • KBS·MBC·EBS 사장 교체 부칙 발목
  • 이사진에 야당 몫 늘려 野 동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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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0 18:03
수정 : 2018-04-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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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4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권교체 이후 새로 선출된 공영방송 3사 사장을 3개월 이내에 새로 뽑아야 하고, 야당 추천 이사진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K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 입맛에 맞게 임명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 뒤 민주당이 법안 처리 불가로 선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여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국회 일정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4월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민주당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민주당과 정의당, 당시 국민의당 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다수결이었던 이사회의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특별다수제(이사진 3분의2 의결)로 바꾼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사회 구성도 여당 추천 7인과 야당 추천 6인으로 조정했다.

현행 방송법에는 이사회 구성은 여당 추천 인사의 수가 야당 추천 인사보다 2배 많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야당의 동의 없이는 사장 선출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민주당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KBS·MBC·EBS 사장을 모두 새로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정안 부칙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법 규정에 의해 구성해야 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EBS와 MBC는 각각 지난해 9월과 12월 진보 성향인 장해랑·최승호 사장을 선출했다. KBS도 양승동 사장 후보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상황이다.

방송법 개정안을 실제로 국회가 처리할 경우 정권 출범 이후 선출한 공영방송 사장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발의 당시 고대영(KBS)·김장겸(MBC) 전 사장 퇴진을 겨냥해 삽입한 부칙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정안의 핵심인 사장선출제 변경에 대한 반감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민단체 등 제3의 이사 추천 기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당은 개정안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야당들은 전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EBS 장 사장과 KBS 양 후보자의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인데, 방송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여권 성향의 사장이 2020년 총선 때도 방송사를 이끌게 돼 야당에 불리한 정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시절 왜곡된 방송 환경을 긴급히 시정하려고 했던 법안이라 맹점이 있다”면서도 “당시 법안은 차선이나 차악의 법안이었다”고 해명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4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을 들고 비공개 협상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사장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선임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은 바른미래당 측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찾아 새 개정안을 제시하며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민주당 측이 제안한 새 방송법 개정안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같은 제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복잡하기만 하고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면서 “하나마나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바른미래당 측은 방송법 개정안 중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진 추천 비율'을 기존 3분의2에서 5분의3으로 수정하는 것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받아들여 4월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4월 국회 내에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야권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막기 위한 방송법 처리를 개헌안과 추경예산안 처리의 선결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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