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말라드②] "돈만 있으면 모든게 OK…무슨 짓을 해도 괜찮아"

  • 갑질에 대한 비용 따르지 않아
  •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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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8 18:24
수정 : 2018-04-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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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최근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횡포와 관련해 재벌가(家) 내 가정·인성 교육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재벌가 자녀들의 왜곡된 특권 의식과 아울러 그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전무의 갑질 사건은 한국 재벌들의 특권의식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사건이다. 그동안 재벌들은 '재벌이 한국 사회를 움직인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어떤 행동을 해도 된다고 인식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의 이러한 특권의식이 현실에서 그대로 자행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이를 걸러낼 법적 처벌 등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갑질 처벌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등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간이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사회화 기관이 가정"이라며 "그런데 조 전무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가정 내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짚었다.

고 연구원은 "그 다음 사회화 기관이 또래집단과 학교"라며 "그런데 대부분 재벌 자녀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다. 방점은 '어떻게 하면 최고가 될 것인가'에 찍혀 있기 때문에 상호 간 배려나 예절,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벌가 자녀들의 갑질 행태는 갑질에 대한 '비용'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을 보면 그들이 굉장히 고립된 삶을 살고,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불가능한 정도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중요한 건 그들의 특권의식이 의식만 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관철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자신들이 근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법치'가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며 "구멍가게 사장도 직원에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그렇게 행동하면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 상식이 재벌기업이라고 예외가 돼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들의 갑질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경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조현민 사태는 굉장히 심각한 갑질"이라며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직장 내 갑질은 왕따나 업무상 불이익·괴롭힘인데, 조 전무의 경우는 폭언·고성과 일부 폭행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여기엔 재벌의 특권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시민은 굉장히 하대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며 "또 갑을관계에서 갑이 을에게 막 대해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법상 직장 내 갑질 처벌 조항이 실효성이 없는 데다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미미하다"며 "법적 처벌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자신이 부당함과 불이익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할 것"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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