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아동이 갖는 ‘권리’에도 관심 가져야

  • 드라마 통해 본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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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민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 2018-04-28 09:00
수정 : 2018-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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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린이집 교사가 4세의 원생이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하게 때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인해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도록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과 같은 한 부모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사건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룬 드라마 ‘마더’가 얼마 전 방송되면서 다시 한 번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임시 담임선생님으로 일하게 된 수진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인 혜나를 알게 된다. 수진은 겉모습이 말끔하지 못하고,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혜나를 만나게 되면서 이 아이가 자꾸 마음 쓰인다. 그러다 수진은 혜나가 친모와 내연남으로부터 학대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선생님과 수진은 아동상담기관이나 경찰을 통하여 혜나를 도와주려 노력하지만, 제대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수진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처참히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고서, 이 아이를 자신이 보호 해야겠다는 생각에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수진이 아무도 모르게 혜나를 데리고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수진은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게 된다.

이 드라마는 학대를 받는 아동의 입장에서 느끼는 공포감, 불안감을 잘 그려내고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쓰리다. 또한 법이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 부족한 모습을 그려내며, 진정 학대아동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 사상이 짙고, 친권을 절대시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형법은 존속살해죄를 일반살인죄보다 가중 처벌한다. 7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여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부모 자식 간 관계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부모를 공경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유교적 사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동을 성인이 보호해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만 인식할 뿐, 아동이 갖는 ‘권리’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누군가 필자에게 아동의 ‘권리’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행법상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율하고 있는데, 이 법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비롯한 학대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흔히 아동이라 함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정도를 생각하기 쉬우나, 아동복지법에서 아동은 ‘18세 미만인 사람’이라 정하고 있다.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아동복지법 제2조를 통하여 파악해볼 수 있다. 당연한 것을 법에 규정해 놓고 있다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나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살펴보면 제2조에 규정된 사항이 생각보다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2조(기본 이념)
①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
②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
③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④ 아동은 아동의 권리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이 법에 따른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아동학대 유형은 크게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 학대, 유기 또는 방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형법상 학대죄는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지만,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은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고 있다.

하급심 법원도 아동학대에 대하여 “아동복지법의 입법 목적, 일반적인 아동의 지적 수준과 신체발달 정도, 신체적 학대행위가 있었던 경우 그로 인하여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이 저해되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에서 규정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는 현실적으로 아동의 신체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고, 위 죄의 범의는 반드시 아동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아동의 신체건강 및 발달의 저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는 행위 자체를 인식하거나 예견하고 이를 용인하면 족하다”고 함으로써 폭넓게 파악하고 있다.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제도로 형사절차상 피해아동 국선변호인 제도가 있다. 이는 본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처음 시행되었는데, 여러 선정 사유 중에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이 가해자여서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에 특히 그 의미가 있다.

다른 지원제도로 아동복지법 이외에 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 범죄피해자보호법 등에 따른 제도가 있으나, 아동학대피해에 대한 지원만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법은 현재 제정되어 있지 않다. 해당 피해사례에 보다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아동에 대한 인권보호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동학대가 만연히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겠지만, 부모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등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드라마 ‘마더’에서는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던 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자기와 같은 피해자를 구원하는 자가 되기도 하였다. 아동학대 피해가 대물림되거나 또 다른 범죄자를 양산하는 길이 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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