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360˚] 김현 변협회장 "'버킷리스트 법안' 통과 위해 국회 문턱 닳도록 찾아갈 것"

100대 과제 중 22가지 이미 달성

비판 목소리엔 "국민 먼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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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주경제 입법 탐사 매체 ‘법과 정치’ 창간기념식에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지난해 2월 취임한 김현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2·사법연수원 17기)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대한변협 집무실에 반드시 해야 할 100대 과제(버킷리스트)를 적어 놓았는데, 이미 달성한 과제가 22가지에 달한다. 김현 회장은 "남은 10개월 임기 동안 처음 마음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며 "버킷리스트에 적은 주요 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변협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엔 적극 반박, '회원'이 아닌 '국민'을 앞세웠다. 협회장 임기 반환점을 돈 김 회장을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무부가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공개했다. 변협은 학교 간 학력 수준 차이가 크다며 '로스쿨 통폐합'을 제안했다.

"애당초 우리나라에 25개 로스쿨은 너무 많았다. 15개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문 닫거나 합치는 쪽으로 가야 할 거다. 통폐합 이전에 중간 단계로 제안하고 싶은 게 학교 간 제휴나 연합이다. 예컨대 서울 서부지역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있다. 지금은 저마다 기본 과목을 개설하다 보니까 세법이나 공정거래법, 지식재산권 등 정작 중요한 전문 분야가 황폐해지고 있다. 학교 간 수업을 공유하고 학점을 인정해서 졸업장도 연합으로 줄 수 있다."

-변협의 '변호사 수 조정' 주장을 두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법률 시장 문턱이 낮아져 좋은 일'이라는 반론이 있다.

"변호사 수가 늘었다고 해서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지 않는다. 변호사 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이 있으면 바가지를 씌우든가 받을 돈을 다 받아서 유지하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변호사 시장이 굉장히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과당경쟁·수임경쟁에 몰려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수임하려고 한다. 사건을 부풀리고 기획 소송을 남발한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국민은 양심적 변호사를 원하지 싸구려 엉터리 변호사를 원하는 게 아니다."

-변협이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것 등에 대해 지나친 '밥그릇 지키기'란 지적도 있다.

"10년 전 로스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회적 전제는 변호사들이 다양한 전공을 살려서 사회 곳곳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선 변리사·세무사·공인중개사들이 자기 영역에 더 공고히 쇠사슬을 치고 절대 못 들어 오게 한다. 세무사는 더 치고 들어와서 변호사가 자동적으로 하던 일도 뺏어갔다. 채권추심 업무를 하려는 것도 국민의 선택권을 늘리는 차원이다.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이 할 일을 만들고, 국민이 더 나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는 건 변협이 마땅히 할 일이다."

-'버킷리스트' 달성 내용을 소개해달라.

"지난 1년 2개월간 쉴새 없이 달려왔다. 법무부의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 공개 소송 승소도 당연히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먼저 국회의원실과 협조해서 12개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위 전관 변호사의 등록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과 변협의 법관 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법무 담당관을 도입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냈다. 변호사 시험 장소를 서울과 충남,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확대했고 그동안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던 변호사 보수에 관해 규칙을 개정하기도 했다."

-전관예우 문제가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금도 4대 최고위직 전관(대법관·헌법재판관·법무부장관·검찰총장)에게 퇴임 후 2년간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수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혀 차 전 대법관이 사건 수임을 철회하기도 했다. 변협이 옳은 길을 가기 때문에 실제 법에 근거가 없더라도 그분들이 얘기를 못 하더라. 또 대검찰청 차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정동기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했다."

-변협의 법관 평가제와 검사 평가제 시행 초기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법원에서도 인정하고 이제 법관들이 '우수 법관'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검사 평가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검찰총장을 만났더니 검사 평가제 자료를 달라고 하시더라. 이전까진 연말에 평가해서 2월에 보냈는데, 이때가 검찰 인사 직후다. 앞으로는 좀 더 빨리 드려서 검찰 인사에 직접 반영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훌륭한 검사가 있으면 부족한 검사도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끊임없이 평가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항상 칼날 위에 있다. 조금만 잘못하면 계약 해지당한다."

-최근 서울대 로스쿨 강연에서 판결문 공개를 강조했다.

"저는 미국에서 공부했다. 미국은 모든 판결문을 공개해서 공부하기가 정말 좋다. 그런데 한국은 왜 그렇게 비밀이 많은지 1%밖에 공개를 안 한다. 공개 재판이 원칙인데 판결문을 공개 안 한다고 하는 건 모순이다. 판사들이 판결문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판결문이 공개되면 국민이 너무 많이 알게 된다고 본다. 과거 공무원들의 비밀주의 사고방식이다. 이는 공유경제 사회에 맞지 않는다. 모든 걸 다 공유하고 건설적으로 비판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로스쿨 변시 합격률 공개 소송처럼 판결문 공개 소송도 적극 검토하겠다."

-임기 절반이 남았다.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매일 '버킷리스트' 목록을 들여다본다. '아직 못한 게 뭐가 있지?' 하면서. 12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지난 1년 동안 국회의원 165명을 찾아갔다. 분명한 건 제가 국회를 거듭 갈수록 점점 의원분들과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처음에 멋모르고 찾아갈 때와 두 번째가 다르고, 세 번째는 또 다르다. '쏟은 정성만큼 거둘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 또 국민을 빼놓을 수 없다. 제가 협회장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지금도 항상 부르짖는 게 '회원에게 신뢰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한변협'이다. 국민 없는 대한변협은 상상할 수 없다."
 
■ 김현 회장 프로필
 
학력
▲경복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 법학과 석사 졸업
▲미국 워싱턴대 법학과 석사 졸업
▲미국 워싱턴대 법학과 박사 졸업
 
경력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7기 수료
▲법무법인 세창 대표
▲대한변협 사무총장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탈북자를 걱정하는 변호사들 대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 상임대표
▲현 대한변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