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법 전문가들 "통일 한국 헌법 질서, 北 시장경제 전환이 관건"

  • 화폐경제 통합·부동산 소유권 등
  • 법제통합에 상당한 난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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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30 07:00
수정 : 2018-04-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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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7일 북한 평양의 주체사상탑에서 바라본 대동강 너머의 창전거리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북한법·통일법 전문가들은 29일 "남과 북이 통일되면 헌법적 가치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때 '하나의 헌법적 가치'란 물론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법제 통합 과정에서 핵심은 북한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이 될 거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 "법제 통합 전제는 자유민주주의 통일"

국내 대표적 북한법·통일법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정치·법제도 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명섭 변호사는 "남북한 법제 통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복잡한 분야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통일 이후 법제 통합이 된다면 여러 전제 조건이 깔려야 한다"며 "일단 '통일 한반도의 헌법적 질서가 뭐냐'는 건데, 결국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로 보고 북한을 이 체계(자유민주주의)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의 근간은 경제에 있다. 자본과 노동, 부동산 등 모든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국가나 사회협동단체가 가진다. 이걸 어떻게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전환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여기에 화폐경제 통합과 토지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짚었다.

한 변호사는 "그 다음이 행정 분야"라며 "통일이 됐을 때 행정 공백이 초래되면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기존 북한법은 한국만큼 세세하게 행정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걸로는 도저히 행정 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지역에서 누가 행정 업무를 할 것인가도 문제"라며 "기존 북한 관리를 다 내칠 수도 없고 다 끌고 갈 수도 없다. 국가공무원법 등을 손질해서 이들 가운데 퇴직시키거나 계속 근무하게 하는 범위와 요건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 법 제도 북에 그대로 적용 어려워"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는 "남북 간 법제 통합은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교육법 등 특정 부문에선 물러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독일은 구동독이 구서독에 편입되는 형태였기 때문에 구서독의 법이 구동독 지역에 확장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며 "만약 남북한이 동등한 입장에서 합의 하에 통일이 이뤄진다고 할 때 한국의 법 제도가 북한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교육법이 통합된다고 할 때 북한 교육법은 완전히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수호하기 위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주권적 입장에서 본다면 물러서기 어렵다"면서 "이념적 부분 외에 기상이나 표준, 과학기술 등 기술적 측면은 서로 통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현 단계에서 남북한 법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라고도 했다. 그는 "법제처 공표 기준으로 한국 법령은 헌법과 법률, 규칙 등을 포함해 4200~4400개 정도다. 조례까지 포함하면 9만여 개다. 반면 북한은 법령집을 통해서 공표한 게 고작 200개 내외다"고 했다.

◆ 북한 토지 소유권·탈북자 이중결혼 문제도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훈 변호사는 부동산 소유권과 호적 제도, 인권침해 문제 등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지금 북한은 토지가 국유화돼 있지만, 해방 이전엔 소유권이 인정되는 시기가 있었다. 한국 국민 중 이때 북한에 살면서 땅을 가졌던 분의 소유권을 어떻게 회복시켜 줄 것인가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이 가족관계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가족관계등록에서 본관(本貫)을 유지하고 있는데, 북한은 본 개념이 없다. 또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다시 결혼하는 이중 결혼 문제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전환기 정의(正義)'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통일 이후 그동안 북한에서 인권을 침해당하고 유린당했던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해 낼 수 있느냐란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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