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통과 '3가지 산' 넘을까

  • ①국제 조약체결 법적 장치 미비…국회 비준 동의 20% 불과
  • ②北, 국가 인정 안돼 위헌?…남북관계발전법 근거해 절차 이행
  • ③한국당 반대공세…과반 달성 전망되지만 국회 정상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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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9 16:42
수정 : 2018-04-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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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 남북 정상회담'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성과물인 '판문점 선언'은 법적 효력화를 기다리고 있다. 법적 용어로 '비준'이다. 조약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뜻한다.

만약 국회가 비준에 동의한다면 남북 관계 관련한 최초의 비준이 된다.

남북의 정상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 합의문은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효력 없는 문서로 취급됐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역시 비준을 받지 못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했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 7월 남북기본합의서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며 법적 구속력을 부정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북 간 합의 '법제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29일 청와대는 비준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비준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에서 비준 절차는 합의문의 국회 의안과 접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회부, 외통위 의결, 본회의 표결 순으로 이뤄진다.

◆ 국회 내 비준 절차 '법제화 미비'

우선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행위인 조약 체결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따라서 남북 정상 간 합의문 외 다른 정상 간 조약에 대해서도 국회 동의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가 체결해 비준한 조약은 총 3125건인데, 이 가운데 국회 동의를 거친 조약은 642건(양자 427건, 다자 215건)으로 20%에 불과하다.

김광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심재권 외통위원장실 주최 '남북 정상회담의 법적 준비 토론회' 발제문에서 "광복 70년이 넘었지만 조약 체결 절차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약 체결 절차에 대한 현행법은 헌법 제60조 제1항과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2012년에 제정한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등 단 두건만 존재한다.

20대 국회 들어서 조약 체결에 관한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굵직한 현안들에 밀려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에는 2016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약의 체결·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안'을 비롯해 11건의 조약 체결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 '북한 국가 인정' 여부 논란…문제없다?

비준 과정에서 법적 논란이 촉발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은 국회가 남북 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헌법학자들은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상 국회는 조약 등에 대한 비준 동의권을 갖지만 현행 헌법은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역시 국가 간 조약으로 볼 수 없어 비준 역시 이행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국제법)는 "남북관계발발전법과 국제법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06년 남북관계발전법이 제정돼 남북 간 합의 문서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일단 과반 수 확보…그러나 '강행'은 취지 어긋나

여야의 정쟁 역시 국회 비준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비준 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 및 과반 찬성을 해야만 통과된다. 재적의원은 293명으로 최소 147명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현재 국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1명, 자유한국당 116명, 바른미래당 30명, 민주평화당 14명, 정의당 6명, 민중당 1명, 애국당 1명, 무소속 4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만으론 역부족이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비준의 취지가 '당파와 정권을 초월한 합의 이행'인 만큼 정부·여당이 한국당을 배제하고 비준을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미지수라 당장 논의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을 '위장 평화 쇼'로 규정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심재권 국회 외통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게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관리와 남북 간 경제,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관계의 진전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초당적 논의로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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