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을 사랑한 변호사, 징계 받을까

  • 남편 측 변호사, 이혼 소송 상대방인 부인과 불륜
  • 자녀 약취유인 돕고 남편 외도 귀띔…변호사법 위반
info
입력 : 2018-05-13 17:00
수정 : 2018-05-14 09:07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법적 이별'을 하기 위한 이혼 소송은 종종 전쟁에 비유된다. 한집에 살았던 남녀가 적으로 만나 자녀 양육권과 재산 분할 문제 등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며 '아군'으로 손발을 맞춘다.

그런데 남편 측 변호사가 '적', 즉 이혼 소송 상대방인 부인과 불륜에 빠져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남편)을 통해 알아낸 중요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주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지난달 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법 26조 '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모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다.

정 변호사는 의뢰인 A씨로부터 이혼 사건을 수임한 이후 A씨의 부인 B씨와 사귀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불륜에 빠진 정 변호사는 B씨와 공모해 A씨가 데리고 있던 두 자녀를 약취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소송에선 자녀를 데리고 있는 쪽이 가장 우선적으로 자녀 양육권을 갖는다.

정 변호사는 의뢰인 A씨에 대한 불리한 사정을 B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A씨는 이전에도 B씨와 이혼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B씨와 별거하면서 제3의 여성과 교제한 사실을 정 변호사가 B씨에게 귀띔한 것이다.

또 정 변호사는 A씨가 이혼 소송 중에 B씨의 자동차를 처분한 사실을 B씨에게 말하고, 이에 형법상 손괴죄를 적용해 B씨 편에서 고소장까지 작성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 24조와 26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법 31조에 따라 변호사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해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정 변호사는 변호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그는 이 가운데 변호사법 26조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형사 기소까지 된 상태로 파악됐다. B씨 역시 조사 과정에서 '비밀이 공개됐다'는 점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현재 B씨와 교제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서 교제를 자제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녀 약취유인과 고소장 작성, 이혼 소송에서 A씨에게 불리한 점을 B씨에게 말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4일 A씨로부터 진정을 접수한 서울변회는 올해 3월 26일 해당 사안을 서울변회 조사위원회에 회부한 데 이어 지난달 6일 대한변협에 징계신청을 했다. 변호사 징계는 대한변협 조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현행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이 있다. 1949년 변호사법 제정 이래 변호사가 영구제명된 사례는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제명도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에 적용된 게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대현변협 관계자는 "현재 정 변호사 측에 경위서를 요청한 상태"라며 "경위서가 제출되면 주임 조사위원을 선정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조사위에서 5월 중 논의해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 앞.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