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권 내려놓기] 감옥 간 금배지, 매달 월급받고 세비로 벌금 충당?

'무죄 추정의 원칙' 따라 유죄 확정 때까지 월 급여 지급

최경환 2억5000만원 벌금·추징금…최종 선고 땐 세금으로 내는 꼴

정종섭 '세비제한법', 정세균 '보수체계 개편안'과 함께 재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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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의원들의 가슴에 달린 금배지. [사진=연합뉴스]

일하지 않아도 세비(국회의원 월 급여)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무노동 고임금'은 금배지들의 특권 가운데 하나다. 구속 수감돼 전혀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으면 구속 중에도 세비를 계속 받을 수 있다.

5일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된 최경환·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전히 세비를 받고 있다. 현재 의원들의 세비는 한 달에 1100만원 정도로, 이들에게 구속 후에도 벌써 6000만원 이상의 세비가 지급된 셈이다.

최 의원의 경우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5년·벌금 1억5000만원·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뒤집지 못한다면 세비로 벌금과 추징금을 충당할 수 있다.

국회에는 구속된 국회의원에게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규정이 없다. 국회 스스로 규정을 만들지 않으면 국민의 세금인 세비가 매달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국회와 다르게 보수규정 제48조에 따라 구금상태가 되면 연봉 월액의 70%만 지급하고, 3개월 경과 후에는 연봉 월액의 40%를 지급한다. 다만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소급 지급한다. 미국 의회 역시 의원이 기소될 경우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자신 또는 가족의 질병 이외의 사유로 결석한 의원에 대해서는 급여를 공제한다.

국회에서 문제제기는 꾸준히 지속돼 왔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구속 시 세비를 받는 것이 논란이 됐으며, 제한하는 법도 발의됐다. 특히 최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앞장서 추진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의원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자 "정당 해산 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통진당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를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정당 해산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었지만 "세비를 지원하는 건 국민 혈세 낭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여야 공동 법안이 아닌 윤상현 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2013년 154명의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 했다.

윤 의원은 2014년 4월 운영제도 개선소위에서 "국민의 정서 문제다. 다시 무죄가 확정되면 소급해서 모든 비용,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민주당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반박하자 "현행법이 있는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이 사람을 계속 무죄로 대우해주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라며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의 반대로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개정안은 폐기됐다. 

20대 국회도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은 하고 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016년 '구속된 국회의원의 수당 등 지급 제한'의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종섭안'은 국회의원 구속 시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 지급한 경우는 금액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며, 무죄로 판결 확정될 경우 다시 수당을 소급적용해 이자까지 함께 환급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백혜련안'은 더 나아가 만약 이미 수당이 지급됐다면, 지급분까지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그러나, 두 안 모두 통과되지는 못했다. '정종섭안'은 지난 3월 국회운영제도 개선소위에서 통과 직전까지 갔으나 무산되면서 계류 중이며, '백혜련안'은 대안반영 폐기됐다.

'정종섭안'은 정세균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 재임시절이던 당시 '특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국회 운영위에 제안한 국회의원 보수체계 개편안과 함께 하반기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 의장의 보수체계 제안이 현행 '수당' 개념을 '보수(연봉+수당)'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종섭안'이 수당 등과 관련된 내용인 만큼 보수체계가 개편되면 조문을 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