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머니LAW] 단 한번의 도박으로 인한 해고…대법원 판단은?

  • 버스운송사업 회사, 근로자 도박 이유로 해고
  • 1ㆍ2심 "한 번의 도박, 회사 손해 없는 상황에서 해고는 회사의 징계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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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7 08:39
수정 : 2018-08-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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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근로자가 재미삼아 한 단 한번의 도박게임으로 회사에서 해고됐다면 회사의 ‘갑질’일까, 아니면 정당한 처분일까? 이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

전주지역에서 시외버스 운전을 하던 기사 A씨 등 2명은 2015년 5월 31일 오후 10시30분부터 이튿날 0시30분까지 2시간가량 전주 덕진구 한 모텔에서 동료들과 함께 포커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도박죄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이듬해 4월 회사 징계위원회가 A씨 등 2명을 해고하면서 발생했다. 회사는 도박을 금지한 단체협약규정 등을 근거로 해고가 적법하다고 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도박한 횟수가 1회에 불과했고, A씨는 다음날 예정된 새벽운행 스케줄을 무사히 마쳤다”며 “원고의 도박행위가 사회통념상 해고사유에 이를 정도로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렸다고 보기 어렵고, 함께 도박을 한 다른 기사들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재입사했는데도 A씨는 반성하지 않았다고 해고한 것은 회사가 가진 징계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회사가 영위하는 여객버스 운송사업은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운송해야 할 의무가 있고, 버스는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라며 “이와 같은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전기사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도박은 시간 통제가 어렵고 육체적·정신적 소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도박으로 공공질서를 문란케 하고 미풍양속을 해친 것으로 인정된 자는 해고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회사가 주기적으로 도박을 금지하는 교육을 실시해왔고, 근로자 역시 도박행위를 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고는 징계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며, 이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본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징계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관해 대법원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징계가 과다하다고 한 원심을 파기한 기존 대법원 판례가 적은 상황에서 나온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비록 비위행위가 1회에 불과하고 그로 인해 회사에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금지하는 내부규정과 이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 점검 여부 등이 분쟁발생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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