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걸테크' 저자 안진우 변호사…"변화의 파도가 밀려온다, 우리는 준비가 됐나"

  • 4차 산업혁명, 전 세계 모든 산업분야에서 동시다발적 진행
  • '리걸테크(법률+기술)'에 투자 몰려…4차 산업혁명은 법률시장 구조 바꿀 것
  • 법률 서비스 공급자, 수요자 모두에 획기적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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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8 13:26
수정 : 2018-09-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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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걸테크 도서 이미지. 아주경제 DB]]


"법조계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된 뒤 유행처럼 번져나간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을 비롯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사회 전반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속도·범위·체제 등 3가지 측면에서 3차 산업혁명과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과거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전 국가와 모든 산업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영향력에서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영역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걸테크 주식회사의 고문변호사로 활약 중인 법률사무소 다오 안진우 변호사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법과 법조계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소개해달라.

기술의 발전과 법은 약간 동떨어진 얘기 같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법은 모두 오랜 역사를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의 변화는 차원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비해 후자의 변화는 그만큼 급진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법의 관계를 지금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인식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리걸테크(Legaltech)’라는 용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리걸테크란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법률사무의 처리를 도와주는 서비스 내지 산업을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2010년을 전후로 새롭게 탄생한 리걸테크 분야는 현재 관련 투자와 개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왜 리걸테크 인가?

리걸테크는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법조계의 새로운 활로입니다. 현재 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 명에 육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법률시장의 과포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또는 변호사의 활동에 대한 법적 제한을 강화하거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조정하는 등의 미시적인 대응은 대한민국 법조계가 직면한 이러한 위기를 해소할 본질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Bitcoin:암호화폐)을 예로 들어봅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금융업계의 변화는 법조계가 이 시대를 헤쳐 나갈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에 관한 상담 혹은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환전하는 영업에 관한 자문 등 가상화폐 관련 사건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 새로운 시장의 등장에 따른 관련 수임사건의 증가 차원에서만 받아들일 일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개인간 거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시스템에서 쓰이는 가상화폐를 말합니다. 비트코인을 통해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경제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의 핵심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과 이에 따른 고비용의 보안 시스템 없이도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컴퓨터든 모바일기기든 은행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존 금융업의 구조적 정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변화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는 점은 법률시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자소송과 인공지능, P2P와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들을 통해 법원과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도 소송이 가능한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법조계에서는 직업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실제 한국의 경우 IT 강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법조계 특유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 정보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소극적입니다.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기존에 법률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던 인적·물적·지리적 시장의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부가치를 가진 주변 산업 발달의 촉진, 금융 등 다른 분야와의 연계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법조계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최근 법제처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혁신은 시작됐습니다. 리걸테크 분야에 대한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걸테크' 시대에 법조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법률 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 법령이나 판례 검색을 제공하는 각종 플랫폼이나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비롯한 전자소송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모습에 해당합니다.

특히 2010년 특허소송 분야에서 시작된 전자소송은 2011년 민사, 2013년 가사 행정 신청, 2014년 도산, 2015년 집행 비송 사건으로 확대됐고, 이용 비율도 급증해 민사 본안사건의 경우 70%가 넘는 사건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됩니다. 전자소송에 따라 재판의 구조가 변하면 이에 참여하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는 전자소송에 기초한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전자소송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특히 변호사의 업무에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는 없어서는 안 될 무기가 됐습니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법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사건 기록을 열람 복사하는 등 편리하고 신속하게 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포화된 법률시장 안에서 변호사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의 활용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한 자질입니다.

◆변호사의 미래 모습은?

정보통신 기술이 가져다주는 법률 서비스의 편리성이나 신속성은 리걸테크의 기초적이고 단편적인 일면에 불과합니다. 법률 사무는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영역인 만큼 특히나 인공지능 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정보기술이 빅 데이터화된 지식과 결합해 고도화된 지능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직업의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와중에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는 이미 부분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특히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이 진전됐습니다. IBM에서 개발한 ‘ROSS’나 JP모건의 ‘COIN’과 같은 인공지능 변호사는 초당 10억 장에 가까운 법률문서를 검토해 사건과 관련된 쟁점을 분류하고 승소가능성 등을 분석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변호사는 소장 등 다양한 서류를 작성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미국의 리걸테크 회사 ‘리걸줌’은 인공지능을 통해 유언·신탁·부동산 서류·상표 등록 등 다양한 종류의 서류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변호사의 업무 비용을 줄여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변호사의 업무 뿐만 아니라 판사의 재판과정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13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의 피고인 에릭 루미스에 대한 재판에서는 담당 재판관이 형량을 선고하기에 앞서 ‘컴퍼스(Compas)’라는 컴퓨터 시스템에 자문을 구하는 이례적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컴퍼스는 미국의 ‘노스포인트’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또 2017년 미국 뉴저지 주 형사 법원에서는 피의자의 공판 전 보석 결정에 대하여 ‘공중 안전 평가(Public Safety Assessment, PSA)’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에 의한 보석 평가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공중안전평가는 축적된 150만개의 데이터를 통해 도주 위험이나 범죄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것으로서, 인종·지역·재력 등의 요소를 전부 배제해 중립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판사의 의사결정을 도울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법률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득인가?

온라인으로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변호사의 전공이나 경력, 수임료와 업무 범위 등의 정보를 검색해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법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으로 구현해 고객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면처리 중심의 기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 입장에서는 변호사의 정보와 수임료 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루트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상담 변호사 매칭 서비스는 고객에게 법률 서비스에 관한 온전한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국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규모 분쟁에 있어서도 법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타이니 로(Tiny Law)’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에 이러한 맞춤식 법률 서비스는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법률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님닷컴’을 보면 최근 온라인 상담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 데 이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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