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稅, 국내 기업에 부담…도입 신중해야”

  • 법조·학계 “경쟁국 과세권 강화 촉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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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0 19:00
수정 : 2018-09-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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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식·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세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박선숙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디지털세’가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세(Digital Tax)는 유럽연합(EU) 등이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조세 회피를 저지하기 위해 논의 중인 새로운 세금 제도다. ‘구글세‘로도 불린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식·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세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디지털세 도입은 원천지국 과세권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른 나라의 원천지국 과세를 저지할 명분을 상실할 뿐 아니라 경쟁국의 과세권 강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가 외국인 국내투자를 웃도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큰 틀에서 국익에 유리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으로도 유보적인 디지털세 도입이 바람직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를 제대로 하는 것은 세제·세정 원칙상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세금과 과세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방탄소년단(BTS)과 싸이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갔다”면서 구글 등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고 전하며 무분별한 제도 도입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면 거래세 방식의 낮은 세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세 도입 정책토론회 ‘디지털세,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세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인세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국내 기업에 이중과세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 실장은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인 유럽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등은 자국 ICT 업체들이 낙후돼 세금을 추가 부과해도 기업 피해가 적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부가가치세의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디지털경제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민옥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회계사는 “현행 국제조세 체계에선 외국기업의 고정 사업장이 국내에 없으면 법인세를 매길 수 없다”고 한계를 지적하며 이같이 제언했다.

실제 미국 업체인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조원대 수입을 올리지만 세금 납부액은 터무니없이 적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추정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2016년 매출은 4조4656억원에 달한다.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4000억원이 넘는 광고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태평양유한회사’ 서버에서 이뤄진다. 또한 플레이스토어 사업권은 아일랜드 법인이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우리 정부가 제대로 세금을 매기기 어렵다. 구글의 2016년 납세액은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계사는 “다만 현재 부가가치세는 과세 범위가 게임·동영상파일·클라우딩 컴퓨터로 제한적이어서 온라인 광고와 공유경제 등 디지털경제 과세엔 취약하다”면서 “인터넷이나 전자 네트워크로 공급되는 ‘전자적 용역’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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