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육아휴직 복귀 근로자 부당 인사발령

  • 부당한 인사발령의 판단 기준
  • 서울행정법원 2018. 8. 31. 선고 2017구합7433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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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 변호사(K&Partners)
입력 : 2018-11-17 06:00
수정 : 2022-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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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8. 12. 22.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까지 유가공제품, 카페믹스 등의 생산·판매업을 영위하는 피고 보조참가인의 광고팀 팀장으로 재직하였다. 그러던 중 원고는 2015. 12. 30. 육아휴직 신청을 하였고, 피고 보조참가인은 원고의 휴직을 명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 원고는 육아휴직기간 종료 후 복귀하였으나, 피고 보조참가인은 원고를 광고팀원으로 하는 인사발령을 하고, 원고를 광고팀이 아닌 홍보전략실 책상에서 근무하도록 하였으며, 보조참가인이 사옥을 이전한 이후에도 광고팀이 아닌 홍보전략실에서 근무하도록 자리를 배치하였다. 또한 원고에게 ‘참가인 및 타회사의 광고, 식음료 시장 관련 기사 모니터링 업무, 편의점 및 마트 현장 조사 업무’등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위 업무는 원고와 같은 경력을 가진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가 아니고, 보조참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팀에 자리를 배치하는 등 부당한 인사발령을 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생활상 불이익도 없으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거쳤으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① 육아휴직 전 광고 팀장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자, 보조참가인이 원고를 광고팀장으로 재보임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주일가량 아무런 보직도 부여하지 않은 점, ② 원고가 광고팀원으로 부임하자 주로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부여하는 등 육아휴직 전 업무에 비해 업무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업무를 부여한 점, ③ 원고의 책상을 다른 팀에 배치하였고 사옥을 이전한 이후에도 동일하게 자리배치를 한 점, ④ 원고는 광고팀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던 점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은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한 인사발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사안의 쟁점

본 사안에서는 원고에 대한 보조참가인의 인사발령과 관련하여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였는지 여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였을 때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보조참가인이 근로자와의 협의 등과 같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보조참가인이 육아휴직을 원인으로 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 등을 살펴봄으로써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에 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인사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 및 육아휴직 근로자에 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원칙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인사발령을 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인사발령이란 인력을 사업목적에 적합하게 배치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직무 내용이나 근무지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전직 등을 의미한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발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며, 인사발령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인사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상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형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다만 근로계약상 근로의 내용·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업무상 필요성 존재여부는 노동력의 적정 배치, 업무의 능률 증진, 근로자의 능력 개발, 근무 의욕의 고양, 업무 운영의 활성화, 기술 혁신이나 기업 재편에 따른 인력조정, 직장 질서의 유지·회복과 근로자 사이의 인화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경제적 불이익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불이익 및 조합 활동상의 불이익을 모두 포함한다.

이와 달리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사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육아휴직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고,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친 후 복귀하였을 때에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3항 내지 제4항).

이와 달리 사용자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전직 등의 인사발령을 한 경우, 해당 인사발령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다.

3.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의 정당성 존재 여부

보조참가인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원고가 특별협의대상자로 선정되어 광고팀장 보직에서 해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특별협의대상자는 보조참가인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며, 특별협의대상자에게도 선정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내부근거규정도 없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볼 때 특별협의대상자 선정제도가 객관적인 근거규정에 의해 공정하게 시행되어 온 제도라는 점에 의문이 든다. 또한 보조참가인의 광고팀장은 업무의 특성상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할 것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복귀할 당시 광고팀장은 업무경력이 짧은 편이었으며, 원고를 광고팀장으로 재보임하기 어려운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보조참가인은 원고가 복귀하자 일주일간 아무런 보직도 부여하지 않은 채 권고사직을 권유하였으며, 원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광고팀원으로 인사발령을 하며 신입사원들이 주로 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고, 원고의 좌석도 광고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배치하였으며, 원고를 광고팀 회의에서 배제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보조참가인의 인사발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한다거나,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조참가인의 인사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내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사권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는 인사발령을 할 수 없으며,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는 노동관계법령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휴직 후 인사 고과 평가 및 인사발령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와 같은 처우는 관계 법령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숙련된 근로자를 잃게 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향후에는 육아휴직과 관련된 현황이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법무법인 K&Partner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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