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폭력’ 목사측 “성관계 맞지만 성폭력 아냐…피해자들은 꽃뱀”

  • 경찰, 9일 피해자측 대변 목사들 면담
  • 대변 목사들 “원로목사 통해 사건무마 외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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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9 14:20
수정 : 2018-11-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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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부평경찰서 앞에서 인천 청년부 김모 목사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측을 대변하는 정혜민 목사(왼쪽)와 김디모데 목사가 경찰 면담 전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대 여성 신도 수십명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해온 김모 목사 측이 “성관계는 맞지만 성폭력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을 ‘돈을 노린 꽃뱀’이라고 비난하며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인천 부평구 S교회 김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한 여성 신도들을 대변하는 정혜민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9일 인천 부평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혜민 목사는 이날 “김 목사 측이 ‘성관계는 있었으나 상대 여성의 숫자가 여럿이나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김 목사가 전도사·목사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 많은 자매(여성 신도)가 신뢰했겠냐”고 되물었다.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디모데 목사는 “피해자 부모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심리적 스트레스·정신적 불안감·소송비용 문제 등으로 대응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은 ‘교회를 먹으려는 것이냐’, ‘꽃뱀이냐’라면서 돈을 노린다는 말을 김 목사 측에서 듣고 금전적 요구로 비춰질까봐 주저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김 목사 아버지인 김모 S교회 담임목사가 외압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담임목사가 정혜민 목사 남편의 부모에게 원로 목사를 보내 ‘이 일에서 손떼게 하라’ ‘김 담임목사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다’ 등 외압을 줬다”고 밝혔다.

이들은 S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교장로회 예장합동총회를 상대로 김 담임목사 면직을, 한국교회 각 교단에는 성윤리 예방·성폭력 처벌 규정을 보완하고 교회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회에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김 목사 이름을 딴 그루밍 성폭력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루밍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내사에 들어간 경찰은 이날 정 목사 등을 상대로 피해자 측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정식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10여년간 자신이 맡은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들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길들이는 것을 말한다.

김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한 10대와 20대 신도는 최소 26명에 달한다고 피해자들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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