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화력발전소 사망사고 대책 '김용균법' 필요

  • 위험한 직업 높은 처우,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info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석)
입력 : 2018-12-19 10:59
수정 : 2022-06-04 16:37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한 분이 사망했다. 누군가는 위험한 업무를 해야 한다. 해군은 모두 정규직 군인이다. 잠수함 승조원은 근무여건이 열악하여 기피되는 보직이다. 결국 잠수함 승조원은 입지가 약한 군인들이 떠밀리듯이 담당한다고 한다.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위험은 다시 내부의 약자에게 주어질 것이다. 위험한 현장에서 언젠가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군은 베트남전쟁에서 처우에 불만을 느낀 사병들이 아군 장교를 공격하는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부사관과 병사, 사병은 인력의 90%를 구성한다. 사병은 실제 전선에서 전투를 직접 수행했지만 보수, 지위, 명예 모두 부족했다. 그 결과 미군은 유능한 장교들의 작전이 현장에서 사병들에 의해 온전히 실행되지 않았다. 미군은 외형적 스펙만큼의 전투력이 발현되지 않는 군대가 되었다.

이후 미군은 사병의 처우 문제를 인위적으로 향상시켰다. 사병의 보수와 처우를 개선했다. 부사관 계급의 숫자를 늘렸다. 주임원사 제도를 만들었다. 행사에 지휘관, 부지휘관, 주임원사가 동석하도록 했다. 국군은 주임원사를 일반적으로 지휘관보다 2계급 낮은 참모로 예우한다. 그러나 미군은 주임원사를 지휘관과 같은 계급인것처럼 예우한다. 이렇듯 미군은 사병의 처우를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했다. 이런 방법으로 위험하고 고된 직업이 소외되어 생기는 문제를 해결했다.

전투기조종사는 사망 가능성이 높은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외주화된 위험에 마지못하여 내몰린 것이 아니다. 조종사들에게는 높은 처우와 명예가 주어진다. 조종사들에게는 스스로의 안전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권한과 지위가 주어진다. 조종사들은 스스로 높은 대우와 명예를 선택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존경받고 실질적인 처우가 높다. 소방관은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은 물론, 청년들의 현실적인 장래희망으로서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소방관은 고되고 위험하면서도 보수나 처우의 차별성은 크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공무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위험한 직업인 소방관의 높은 처우와 명예를 인위적으로 설정하여 소방관을 소외시키지 않았다.

우리사회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 있으면 경쟁을 통해 피해간다. 결국 경쟁에서 져서 위험을 피하지 못한 누군가는 위험하고 하기 싫은 일을 충분하지 않은 보수에 수행한다. 위험한 직업의 공급을 소위 시장논리에 맡긴 것이다. 이는 불의하고 잔인하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위험한 일을 해야한다. 사회는 이러한 위험한 직업에 높은 처우를 인위적으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위험한 업무에 인위적으로 높은 처우를 설정하는 제도로 이른바 ‘김용균법’의 입법이 검토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여러 형태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시 하나는 위험한 현장업무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직업으로 얻기 위하여 경쟁이 발생할 정도의 두드러지게 높은 처우를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위험한 직업을 수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하여 과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한 돈과 지위가 주어지는 곳에 충분한 권리와 안전함이 생긴다. 사고가 났을 때의 보상금이 크다면,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막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설치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발생할 것이다. 전투기 제작사는 예외 없이 전투기에 고가의 비상탈출용 사출좌석을 설치한다. 이는 전투기 개발자들이 유독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품성의 사람들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위험한 업무가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안정성 위에서 외주화되어 있다. 사람들은‘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방관하고 있다. 변화가 개개인의 이기적 동기의 합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김용균법과 같은 형태의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위험하고 하기 싫은 직업을 경쟁적으로 피하고, 현실적 여건 때문에 끝내 이를 피하지 못한 사람이 홀로 위험을 부담하는 잔인한 경쟁을 그만 둘 때가 아닐까.
 

[사진=법무법인 율석 제공]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