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도권 ‘보육대란’ 없었지만 학부모 불안은 ‘여전’

  • 개학연기 철회하는 서울·경기 사립유치원 늘어
  • 원장 “아이들 약속 지키고자 정상운영…한유총엔 동참”
  • 학부모들 “유치원 파업하면 아이 맡길곳 없어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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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4 12:09
수정 : 2019-03-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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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등원하고 있다. [장은영 기자, eun02@ajunews.com]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모두 104개 유치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론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간 곳이 많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이 정부에 맞서 언제든 운영 중단·폐업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교육부가 공개한 ‘개학 연기 및 무응답 유치원 현황’ 명단에 있는 서울 북부 유치원 3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무기한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적으로 개원했다.

북부는 서울 가운데서도 사립유치원이 유독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교육청 명단에서 북부는 강동송파와 함께 가장 많은 유치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공립이나 병설유치원이 거의 없는 탓이다.

도봉구 덕릉로에 있는 H유치원은 8시 정각에 문을 열었다. 오전 7시 55분께 남자아이를 데려다주러 온 한 학부모는 “개학을 연기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 통학차량 기사 역시 “오늘 정상적으로 개원한다”며 “이제 곧 아이들을 데리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H유치원 선생님에게 ‘오늘 수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느냐’고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찾은 도봉구 노해로에 있는 C유치원도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등원하고 있었다. 다만 입학식은 연기했다. 수업은 따로 안 하고 종일반만 운영하는 것이다. 통학차량도 지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학부모 박씨(36)는 “주말에 ‘종일반 아이들을 받아주지만 사정이 있어서 따로 수업은 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면서 “아이를 받아주기만 하면 수업은 안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윤씨(41)는 “지난 1일 원감에게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정부 입장도 알겠지만 맞벌이가정이라 유치원이 파업해서 아이의 방과 후 활동이 없어지면 난감하다”고 걱정했다.

도봉구 해등로에 있는 B유치원 역시 정상 개원했다. 입학식도 이뤄졌으며 종일반뿐 아니라 수업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통학차량은 분주히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직접 차량 지원을 갔다 온 이 유치원 원장은 ‘무기한 개학 연기’ 결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서도 “하지만 한유총 파업에 동참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어제 한유총 기자회견 후에 유치원으로부터 개학 연기를 철회한다는 문자가 왔다”며 “죄송하다는 내용과 함께 정상적으로 개원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유치원을 믿고 기다렸다”면서 “쉬는 날에도 ‘정상 개원한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귀띔했다.

B유치원 바로 앞 동에 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를 B유치원이 아닌,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B유치원이 개원을 연기한다고 해서 영어유치원으로 바꿨다”면서 “이번 사태로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4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유치원이 무기한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다. [장은영 기자, eun02@ajunews.com]


이날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화중로에 있는 Y유치원에는 방학 기간인데도 적지 않은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었다. 2대의 통학차량도 수시로 운행 중이었다. 교육청 관계자를 비롯한 현장 점검인력이 유치원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Y유치원은 고양시에 있는 사립유치원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청에서 개학 연기가 확인된 곳이다. 이 유치원이 교육당국에 보고한 공식 개학일은 오는 11일로, 이번 주는 방학 기간이다.

그러나 유치원 측은 개학 연기를 강행할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Y유치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개학 연기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유치원은 결국 개학 연기를 철회한다고 고양교육지원청에 보고했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화중로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통학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 유치원은 애초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에 동참하기로 했으나 이날 연기 계획을 철회했다. [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비슷한 시각 고양시 백양로에 있는 D유치원에도 어린이들이 속속 등원했다. D유치원은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개학 연기를 밝힌 곳이었다. 때문에 전날까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개학 연기 유치원으로 집계·공지됐다.

D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어제(3일) 오전에 유치원 측에서 정상 운영한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유치원은 교육청이 잘못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 문의에 답을 주지 않은 고양시 내 15개 사립유치원도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무응답 유치원 모두 개학 연기를 안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고양시에서 문을 닫은 사립유치원은 0개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에서 개학 연기에 들어간 사립유치원은 43곳으로 전날 오전(58곳)보다 15곳 줄었다.

광주에선 모든 사립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한유총 광주지회 차원에서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충북·전북·제주 역시 한유총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이 한 곳도 없어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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