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혼인 중 바람, 무조건 손해배상 아니다?"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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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면, 그 중 일방이 제3자와 가진 성관계 내지 부정한 행위가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는 “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만약 부부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이 나서 혼인의 실체가 없는 경우라고 가정한다면, 그런 경우에도 다른 이성과 만남에 대해 무조건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되는 것일까?

최근 위 쟁점과 관련된 몇 건의 사건을 맡아 진행한 적이 있었고, 중요한 판결로 보이는 201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리서치 하여 보았다. 이번 기회에 소개해보기로 한다.

2. 사실 관계

가. 원고는 1992. 10. 19. 소외 1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슬하에 소외 2(1994년생), 소외 3(1995년생) 등 아들 둘을 두고 있었다.

원고와 소외 1은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는데, 소외 1은 원고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2004. 2.경 자녀들을 남겨둔 채 가출하여 이 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고, 원고는 소외 1이 가출한 이후 소외 1을 설득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소외 1을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결국, 소외 1은 2008. 4.경 원고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2008. 9. 26. 이혼판결을 받았으나,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이후 소외 1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여 위 항소심에서 2010. 6. 18.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소외 1과 원고는 이혼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원고가 다시 불복하여 진행된 상고심에서 2010. 9. 30. 상고기각됨으로써 위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피고는 2006. 봄경 계룡산 등산모임에서 소외 1을 알게 되어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고, 여러 차례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 오던 중 위 이혼재판이 진행되던 2009. 1. 29. 밤에 소외 1이 홀로 거주하는 서울 00구 (주소 생략) 다세대주택 000호에 찾아가 소외 1과 서로 키스하고, 몸을 애무하였다.

원고는 2009. 2. 13. 피고와 소외 1을 간통죄로 고소하였으나, 2009. 8. 10.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다.

다. 원고는, 피고가 2009. 1. 29. 원고의 처인 소외 1과 간통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원인으로 3,000만원의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제1심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 제출의 각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소외 1을 만날 무렵에는 이미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된 이후로서, 피고가 소외 1과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제2심 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위자료 책임을 인정하였는데,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한 자는 그 사람의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따라서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의 배우자가 입은 정신상의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1이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집을 찾아가 키스하고 애무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이외에도 원고는, 피고가 소외 1과 부정한 행위를 하여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이러한 혼인파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상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미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된 이후에 소외 1을 만나게 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가 소외 1과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국, 제2심은 “피고의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와 소외 1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피고의 행위와 혼인파탄 사이 인과관계의 부존재) 혼인파탄에 대한 위자료 책임은 부정하되, 피고의 부정행위로 인해 그 자체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는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500만원으로 인정”하였다.

마. 그런데 대법원은 의견을 달리하여, 다음과 같은 판시를 하였다.

3. 판결 요지

[다수의견] 민법 제840조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 삼고 있으며,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는 위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에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부부 일방이 배우자에게 이혼의사를 표시한 경우라면, 이를 잠정적·임시적·조건적인 이혼의사라고만 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비록 그 자체만으로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아니하나 장래에 향하여 배우자의 성적 성실의무 등을 면제 내지 소멸시키려는 의사로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의하여 이혼이 가능한 파탄상태에서 실제로 부부 일방으로부터 이혼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그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부부 일방은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후에 이루어진 제3자와 부부 중 일방 당사자의 성적 행위는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4. 판결의 의의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아래와 같이 이해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 “원칙적으로,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나. “다만,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대법원 취지에 따른다면 부부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이 나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부부 일방이 제3와 만나서 성관계를 가지거나, 기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나가며

그렇다면, 실제 실무에 있어서 “부부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났는지 여부”에 대한 기준과 그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대표적인 유형이 ‘장기간 별거’를 하고 있는 경우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독일은 3년 별거, 영국은 5년 별거, 미국은 각 주별로 6개월에서 3년 간의 별거의 경우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급심 판결 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보다는 긴 기간의 별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반드시 별거하지 않거나 별거기간이 짧더라도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났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것은, 부양‧양육의 내용, 당사자들의 연령, 애정과 신뢰 단절 여부, 혼인기간, 미성년 자녀 유무, 혼인지속의사나 기타 생활관계 여러 모습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