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내 마감 ... 판결문 열람신청 ‘전쟁’

  • 특별열람실 내 검색용 컴퓨터, 단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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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9 15:49
수정 : 2019-05-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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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에 방문해 판결문 원본을 직접 검색·열람하기 위한 사전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9일 자정 사전예약을 시도해 봤더니 예약 시작 9분 만에 모두 마감됐다.

특별열람실에서 이용 가능한 판결서 방문열람 사전예약은 보통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 5분이면 대부분의 자리가 마감된다. 이날 자정도 3~5분 내 대부분의 자리가 찼다. 출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오전 9시 좌석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이마저도 9분이 지나자 모두 마감됐다.
 

[사진=판결서 방문열람 신청 홈페이지 캡쳐, 2019년 5월 9일 예약시작 9분 만에 모든 신청이 마감됐다.]

판결서 방문열람 신청은 이용일 2주 전부터 예약할 수 있되, 매일 예약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5월 1일 열람 건은 4월 17일 0시부터 예약을 할 수 있다. 

2주전 인터넷 예약에 성공하면 특별열람실 컴퓨터로 판결문을 검색·열람할 수 있다. 컴퓨터가 4대 밖에 없어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된다. 예약이 안 되면 특별열람실에 와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예약자가 없는 틈을 타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터라 바쁜 업무를 감안하면 사실상 방문열람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원하는 판결문을 찾더라도 열람실에서 제공하는 메모지에 법원명, 사건번호만 기재할 수 있을 뿐이다. 담당자에게 제출해 확인을 받아야 메모지를 들고 나갈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은 특별열람실 내 폐쇄회로(CC)TV에 실시간 녹화된다. 엄격한 관리·통제에도 불구하고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은 이용자들로 항상 붐빈다. 미확정 판결문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검색도 수월해 원하는 판결문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판결서 방문열람 제도 외에도 법원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 판결서 인터넷 열람제도 등을 통해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들이 특별열람실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기에는 미흡하다.

대법원은 2003년부터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을 통해 96년 이후 대법원판례 전문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확정 판결문만 열람이 가능해 대법원에서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의 하급심 판결문은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확정 사건이더라도 하급심 판결문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법원은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확정된 민·형사사건의 비실명 처리된 판결서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열람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은 지난 1월부터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40)는 “임의어 검색 후 노출되는 판결문 내용이 600자밖에 되지 않는다. 노출된 내용만으로는 원하는 판결문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형사 판결문은 2013년 1월 1일 이후, 민사 판결문은 사건은 2015년 1월 1일 이후 확정된 사건만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10년 전부터 줄기차게 판결문 전면 공개를 요구해 왔다.

대법원도 원론적으로는 공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사 판결문이나 미확정 판결문이 제한 없이 공개되면 개인정보, 기업정보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실명화 조치에 소요되는 예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대법원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변호사 업계에선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따른 사법부의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홍 변호사는 “거의 대부분의 판사들이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판결의 하자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법원이 명분으로 들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 예산 문제보다는 업무처리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의식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선진국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판결 후 24시간 내 미확정 판결문을 공개한다. 영국, 네덜란드도 1시간 내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은 공개하라는 것이 헌법이다. 홍 변호사는 “미확정 판결문을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선진국들도 많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판결문 공개는 지금보다 확대되는 게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는 방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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