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웃게 한 위법수집증거...별건수사 제동

“혐의와 무관한 압수수색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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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수사기관의 별건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최근 권 의원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검찰 압수수색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물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영장 발부 사유가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권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와 준 피의자 김 모씨의 혐의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업무인계서‘를 압수했고, 이를 권 의원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권 의원 측은 “업무인계서가 영장주의에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검찰은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되었음을 증명하고자 당시 집행한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우선 “(영장에서) 범죄 혐의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영장 집행을 통해 압수된 ‘업무인계서’는 산업부에서 처리 중이거나 추진하려는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업무를 종류와 직류별로 구분해 정리한 파일”이라며 “내용 중에 김씨를 포함해 누군가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추진했다는 기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의 목적이 산업부 공무원들을 동원한 김씨의 강원랜드 사외이사 채용 사실을 증명하는 직접증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설령 이 증거가 산업부의 조직적인 인사 청탁 관리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하더라도 이 증거가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 항목에서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밖에 없는 해당 범죄 혐의사실 등을 증명하기 위한 정황증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범죄 사실과 뚜렷한 연관성이나 압수 목적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포괄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권 의원 판결에 이어 지난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포괄·초과·별건 압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방위사업체 직원 6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돌렸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때 혐의와 무관한 것까지 전부 압수한 다음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물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권 의원 판결에 이어 법원이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별건 압수’ 문제를 지적하는 전자우편을 돌리면서 그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이 많다.

서울중앙지법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앞서 임 전 차장은 그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속 저장된 문건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주장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직 사법농단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수많은 증거를 기초로 판단을 내릴 것인데, 이번 별건 수사 제동 논란이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