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변죽을 울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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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에 한 의사가 여성 연예인이 지방흡입수술을 하였다는 사실을 공개하여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사생활의 보호란 현대 국가가 모두 중요시하는 가치이고 이 중에서도 의료정보는 특히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아닌 경우 가족도 쉽게 접근한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위반한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이자 의료윤리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에게 사과한다”는 기자회견을 해야했던 이는 의사가 아니라 해당 연예인이었다. 해당 의사는 명예훼손죄로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 의료기록 유출과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필자가 그러한 처벌이나 징계 내역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관련 언론기사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적어도 우리 사회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환자의 인격권에 대하여 아랑곳도 하지 않는 전문가가 이후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리 만무하다. 해당 의사는 약 20여년 후에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의료법위반 및 뇌물공여죄로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위 사건 당시 환자의 의료정보 유출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의료계에 퇴출되었다면 동일한 의사가 두 번이나 부정적인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일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상상과 별개로 당시 “비선진료” 의혹에 대한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의료 정보에 대한 누설을 종용하였던 점이나 사법부에서 의료기록 누설 사건보다 “비선진료” 사건이 더 엄중하게 처리하였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개인의 민감 정보 보호에 대하여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 다 기억하는 이런 오래된 이야기를 새삼스레 하는 이유는 이와 너무도 유사한 사건이 다시 한 번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광덕 이원은 이번 “조국 논란”과 관련하여 조국 당시 장관후보자의 딸의 생활기록부 원본을 확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국 딸의 영어 내신이 몇 등급에 해당하는지를 기자회견을 통하여 공개하였다.

주광덕은 이 사안이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지적에 대하여 자신은 생활기록부를 적극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닌 전달만 받은 것에 불과하며, 원본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일부 내용만 인용하였을 뿐이고 무엇보다 공개에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의 민감 정보를 공개하면서 취득 경로는 모르겠다라고만 하는 점 또는 성적과 같은 민감정보는 모두 공개하면서 원본 공개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 등은 변명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므로 넘어가기로 하고 결국 주 의원의 변명의 핵심은 “공익성”에 있다. 그런데 과연 장관 후보자도 아니고 자녀의 학교 내신 성적이 온 국민이 알아야 하는 공익적 정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정보와 개인의 사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국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물론 이번 장관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후보자 딸의 영어 성적은 제기되었던 어떠한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주 의원이 주장하는 조모양의 영어 실력과 관련된 문제는 내신 성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검증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해당 쟁점이 정말로 중요한 문제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하여 검증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청문회 절차를 누구보다 격렬하게 지연시켰던 것은 다름아닌 주 의원이 소속된 정당이었다.

필자의 소견을 밝히자면 해당 정보의 공익적 가치는 여성 연예인의 성형수술 내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한 공익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장관 후보자의 생활기록부를 보며 학창시절 “미양가” 개수를 지적하며 장관후보자의 자질을 논하였던 곳이 국회이니 주 의원의 “공익”에 대한 시각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생활기록부 공개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고 핵심은 입시 부정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그 조차도 부차적인 쟁점이고 사법개혁이 핵심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사소한 문제”로 “물타기” 하거나 “변죽을 울리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연예인 성형수술 공개 사건 때와 같이 대중이 관심 충족에만 집중할 경우 국민의 인격권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김모 의원의 사례는 윤리 의식이 부족한 전문가가 반성 없이 업무를 계속할 때 나타나는 문제를 잘 보여주었다. 국민의 인격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회의원이 반성과 성찰 없이 계속 정치권에 있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이 의문이 가시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열심히 변죽을 울려야겠다.
 

[사진=전정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