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으로 넘어간 정경심 공소장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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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3 11:49
수정 : 2019-12-2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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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 동양대학교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7일 정교수를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해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기존 공소장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 9월 6일 기소한 사문서위조 사건은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의 부당성에 대해 상급심에서 판단받기 위해 계속 공소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소장 변경 불허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요청 할 계획이라는 취지다. 따라서 공소장 변경 허용 여부는 항소심에서 결판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지난 10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 동양대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변경 전·후 공소장을 비교하면서 “공범·범행일시·장소·방법·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경 전 공소장에는 표창장 위조 시점이 2012년 9월 7일이라고 돼 있었다. 하지만 변경 후 공소장에서는 2013년 6월로 기재 되었다. 범행 장소도 변경 전에는 동양대학교로, 변경 후에는 정 교수의 주거지로 달리 특정됐다. 공범 역시 불상자에서 딸 조모씨로 적시되었다. 위조 방법에도 '컴퓨터 파일로 표창장을 출력해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에서 '정 교수 아들의 상장을 캡처해 워드문서에 삽입해 그 중 총장직인 이미지를 붙여 넣었다'로 달라졌다. 위조 목적 역시'유명 대학 진학 목적'에서,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변경 되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변경이 중대하기 때문에 공소사실이 동일하지 않다고 보았던 것이다.

검찰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하나의 문건에 대해 위조했다는 하나의 사실을 기소한 것으로 그와 관련한 일부 사실 변경을 신청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라는 근본 사실은 동일하다는 취지다.

전직 부장판사 출신인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지난 11일 위조 시점 변경에 대해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 7년이 완성되지 않도록 기소해 공소시효를 중단시킨 후 수사를 하다 보니 변경된 것일 뿐 기본 공소사실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검찰이 지난 9월 6일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할때 (표창장) 위조일시는 앞으로 수사에 따라 변경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이는 종전보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했으므로 (공소장 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공소장 변경이란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우리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소장 변경이란 검사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또는 적용법조)을 추가, 철회,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공소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뜻한다.

우리나라 형사법정의 심판대상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로 한정된다. 즉 다른 죄가 있더라도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은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고,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는 죄명으로 재판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재판을 하다보면 실제로 기초사실이 동일한 범죄로의 공소장 변경이 종종 일어난다.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공소장 변경 제도가 없다면 수사를 포함한 모든 형사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편 공소장 변경을 하려면 반드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지켜야 한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이란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다방 영업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서 보관 하다가 그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위해 다방 영업을 해줄 의사도 없이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검사가 횡령죄로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추후 사기죄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에 대해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일하면 유지되는 것이나, 그 판단에서는 사실의 동일성의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같은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되, 이를 둘러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2000년 2월 7일 청소년에게 디스 담배 한 갑을 판매한 혐의가 적힌 공소장을 2000년 2월 6일 디스 담배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내용으로 바꾼 사실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이 판례를 근거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변경 후 공소장과 변경 전 공소장을 비교 했을 때 시간, 장소, 방법 등에 있어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뇌물수수의 포괄일죄로 기소된 사안에서는 “공소사실 중 금원 교부 일시 및 장소의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하여 이를 모두 허가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포괄일죄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 있는 돈을 민원인으로부터 수차례 받는 것처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동종의 범행을 반복하여 행하는 범죄를 말한다. 포괄일죄의 특성상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기만 하면 범행일시,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위 판례를 근거로 법원에 대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였다. 다만 이번 사건은 포괄일죄가 아니기 때문에 위 판례를 적용할 수 있을지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공소장 변경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검사는 법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서라는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이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한다면 무조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 공소장 변경은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가능하다.

이때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 결정하던 기각 결정을 하던 검사는 불복할 수 없다. 추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검사는 공소장 변경과 관련된 쟁점을 문제 삼지 않고 다시 기소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같은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도 없이 변경한 공소장으로 별도 기소해 두 개의 재판을 병행하려는 전략을 선택했다. ‘표창장 위조’라는 하나의 행위를 놓고 두 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할 경우 검찰은 기존의 공소장을 취소하고 다시 기소를 해왔던 관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만약 검찰이 공소취소를 한다면 정교수에 대한 기소가 억지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억지 기소를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대폭 뜯어고친 공소장으로 유죄 판단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 된다.

그렇다면 기존 공소장에 대한 향후 결말은 어떻게 될까? 우선 법원은 앞서 기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할 증거는 두 사건 중 한 사건의 공소사실만 뒷받침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공소기각을 선고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정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은 공소장을 작성할 때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해 공소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기존 공소장과 추가 기소한 공소장은 세 가지 모두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기존 공소장에 대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해 공소기각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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