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환불 ‘0’건... 비현실적인 ‘레몬법’

  • 법적 요건 까다롭고 신청 절차도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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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26 10:59
수정 : 2019-12-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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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구매 후 1년 안에 같은 하자가 반복되면 차량의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시행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교환·환불 사례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까다로운 법과 신청 절차 때문이다.

‘레몬법’의 정식 명칭은 ‘자동차 관리법’이다. 레몬은 달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신맛이 강해 미국에선 ‘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법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신차를 교환·환불받기 위해선 올해 1월 1일 이후 신차 매매 계약 시 교환·환불 보장 등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차여야 한다. 그리고 1년 이내 차량 누적 주행거리가 2만km를 초과한다면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차가 인도된 날로부터 2년을 초과하면 교환·환불 신청을 할 수 없다.

또한 차량을 인도받아 1년 동안 운행하다 중대 하자는 2회, 일반 하자는 3회에 걸쳐 같은 부분을 수리한 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야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대 하자는 1회, 일반 하자는 2회 수리를 받고서도 동일 증상이 발생하면 자동차 제조사에 해당 내용을 명시한 ‘하자재발통보서’를 발송해만 한다. 그래야 중재 과정에서 ‘실질적인 하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과정을 소비자가 놓치거나 서류를 발송하지 않았다면 교환이든 환불이든 ‘보상 조건’에 부합되지 못한다. 여기에 구매 후 6개월이 지나면 소비자가 직접 하자를 입증해야 한다.

한편 신청 절차도 불편하다. 해당 차량을 교환· 환불 하려면 법학·자동차·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아닌 우편으로만 가능하다. 게다가 위 심의위원회는 아직까지 인터넷 홈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 취약한 실정이다.

위와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요건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결함 입증 책임이 사실상 소비자에 있다는 점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자동차의 결함에 대한 모든 입증을 제조사에서 하고 있다. 만약 제조사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한다면 소비자는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소비자가 중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소송으로 이어지며 변호사 선임 비용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부담하게 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레몬법을 적용한 자동차 제조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볼보자동차코리아, 한국닛산주식회사, 한국토요타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혼다코리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코리아, 한불모터스, 포르쉐코리아,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18곳이다.

레몬법이 현실에서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제도 개선 작업이 시급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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