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학폭 사건, 변호사 선임해야 할까?

  • 학교폭력사건과 변호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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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환 변호사
입력 : 2020-02-01 09:00
수정 : 2022-06-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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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즐겨보던 드라마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 된 적이 있다. 필자의 이목을 끈 것은 두 가지 였는데, 첫 번째는 주인공의 아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어 열린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위원회에 대동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주인공의 아들이 “형사고소“까지 당해 주인공과 함께 경찰서에 방문하여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것이었다. 필자도 얼마전 이와 비슷한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학생을 대리하여 학교폭력위원회에 참여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한 바 있었기에 드라마의 내용이 더욱 더 현실감 있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피해자의 부모들은 드라마에서와 같이 학교폭력위원회에 변호사를 불렀고 더 나아가 형소고소까지 했을까?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우리 사회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응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학교에 해당 사안을 알려 학교폭력위원회를 소집하게 하여 가해학생에 대해 일정한 불이익을 주게 하는 방법이 있고 다음으로는 가해학생이 형법상 죄가 되는 행위를 하였다면 이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여 가해학생을 형법으로 처벌 받게 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학교폭력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게 내리는 교내봉사,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이기에 소위 학부모들이 염려하는 빨간줄이 가해학생에게 그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가해학생이 대학입시의 수시모집에 지원할 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피해학생의 부모들은 주로 이 점을 주요하게 생각한다. 교육열이 높고 대학 진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아이의 학생기록부에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사건이 기재가 되어 수시모집에 불이익을 입게 된다면 그 자체로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학생의 부모들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게 더 높은 수위의 처분이 이루어져 가해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더 심각한 불이익을 입기를 원한다. 필자가 얼마 전 맡은 사건에서도 피해학생의 부모가 이와 같은 의도로 가해학생이 높은 수위의 처분을 받기를 원하여 필자를 변호사로 선임하였고 필자의 도움을 받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가해학생의 행위를 낱낱이 파헤친 결과 가해학생에게 비교적 높은 수위인 학급교체 처분을 받게 한 바 있다.

후자의 경우 모든 학교폭력사안이 형사법적으로 처벌 받는 사항들은 아니기에 모든 사건이 형사고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해학생의 입장으로만 본다면 가해학생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는 것과 나아가 소년부에 송치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은 가해학생과 그 부모들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임과 동시에 실효적으로 그들을 응징할 수 있는 수단이 됨이 분명하기에 피해학생의 부모들은 종종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고소를 원하기도 한다. 때문에 형사고소의 경우 법적인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들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폭력위원회나 형사고소 사건에 꼭 변호사가 필요한 것일까? 결론만 놓고 본다면 양자 모두 변호사에게 법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은 높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두가지를 분리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국가 정책적으로 국선변호인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여 학교폭력 사안에 관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위원회는 사실 그 취지가 가해학생을 단순히 응징하는 것이 아닌 가해학생에게 적정한 처분을 하여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계도하는 취지도 담고 있으며 일련의 과정들이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여 그 결과가 달라지게끔 하기 보다는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변호사를 양성·운영하여 피해자·가해자 모두에 법률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개정되어 시행예정인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기존에 학교에서 운영되었던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설하여 기존보다 더욱 전문성 있게 운영하려는 것이 이와 같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형사고소의 경우에는 이미 교육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기에 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률지원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는 지금, 변호사로서의 사회적인 역할과 공공성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장종환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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