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非종교 예비군 훈련 거부 정당, 왜?

  • 대법 "정당한 사유" 첫 무죄판결
  • 신념 깊고 확고하며 진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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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2 03:00
수정 : 2021-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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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최근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했다.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A씨에 대해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A씨에게 예비군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 판단을 한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A씨는 어릴 적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를 보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졌다. 군인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시청한 후 생명을 빼앗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군사훈련을 피할 수 있는 화학 관리 보직에서 근무했다. 제대한 뒤에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하고 예비군 훈련을 모두 거부했다. 예비군 훈련 거부로 14차례나 고발돼 재판을 받았다.

다만 검사 측은 재판에서 A씨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오버워치' 등 폭력적인 게임을 한 점을 들어 A씨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주장이 이유 없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한 게임들에 대해 재판부는 "게임 캐릭터의 생명력이 소모되더라도 다시 살아나고 공격을 받더라도 피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그 정도만으로 A씨의 신념이 확고하지 않다거나 진실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어떠한 근거로 A씨가 처벌을 면할 수 있었을까. 우리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양심이란 세계관, 인생관, 신조 등을 뜻한다. 국민은 이러한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유하고 지킬 수 있다. 게다가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기본권은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가 법률에 따라 병역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국민 기본권의 핵심적인 부분은 침해할 수 없다.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177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헌법에 규정된 이래 많은 나라가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양심에 대해 '그것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심을 인정받기는 실제로 쉽지 않다. A씨와 달리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B씨와 C씨에 대해서 대법원은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병역 거부 소견서에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총기를 사용한 것은 합당한 저항권의 발동'이라고 진술한 점을 재판부가 지적했는데, B씨 경우에 모든 전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C씨에 대해서는 "군대 내 권위주의 문화나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에 대한 반감만 있고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어 그 신념이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에 자신의 신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념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이유와 함께 신념에 따른 일관된 행동을 통해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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