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금소법 시행 코앞···소비자 분쟁 우려에 금융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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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8 10:56
수정 : 2021-03-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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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 전경. [사진=우리은행]


#. 2019년 명예퇴직한 A씨(55)는 거래 은행에서 "현대자동차·삼성전자에 투자해 절대 안전하다. 이 회사들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을 수가 없다"며 끊임없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명예퇴직 때 받은 퇴직금 전부를 라임 펀드에 넣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라임 사태가 터졌다. 억울한 마음에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A씨는 변호사에게서 "녹취록이나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은행과 소송을 하더라도 투자금을 되돌려받기 힘들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들었다.

앞으로 A씨 같은 피해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이달 2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지난 9년간 금융시장을 위축시킨다는 반대에 부딪혀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S·DLF)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자 겨우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그간 펀드·변액보험에만 해당했던 6대 판매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6대 판매원칙이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는 연금 수입으로 예금만 하던 고객에게 위험률이 높은 펀드를 권유해선 안 되며(적합성 원칙), 대출이 많은 소비자가 먼저 사모펀드를 들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위험성을 말해줘야(적정성 원칙) 한다. 상품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켜야 하는 건 물론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불공정 영업행위나 부당 권유행위, 허위·과장 광고를 해서도 안 된다.

금융회사가 6대 판매원칙을 위반해 금융상품을 팔다 적발되면 판매액의 최대 50% 과징금을 내야 한다. 판매한 직원도 최대 1억원 과태료를 문다. 영업 규제를 강화한 동시에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 금융기관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소비자 방어권도 강화했다.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상품 구매 때 영업소 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해당 상품 설명을 제대로 안 했다'며 금융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회사 측에 입증 책임을 묻게 했다. 즉, 금융회사가 '설명을 제대로 했고 고의·과실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금소법을 위반했다면, 소비자는 이 법에 따라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 또는 위법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현재 금융업계는 고의·과실 입증과 관련한 분쟁·소송에 대비해 직원 교육 강화와 상품 판매 절차를 정비하는 등 분주한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소비자가 펀드 등 비예금상품에 가입을 원하면 영업점 직원 설명과 함께 고객이 가입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녹음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상품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신규 금융상품 교육과정 수료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했다. 상품 내용을 제대로 숙지한 직원만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소법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업체와 소비자가 금소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겪지 않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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