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특효약 ‘스토킹호스’... 악용되고 있다.

  • 무늬만 공개입찰.... 회생법인-인수내정자 '짬짜미' 못막아
  • 몰래 '공고' 물론 실사자료도 공개 안해
  • "뒷짐만 진 법원이 더 문제"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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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2 08:40
수정 : 2021-04-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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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인 K사는 건설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여러 업체들을 살펴봤지만 기업가치에 비해 투입될 자금이 너무 많아 망설이고 있을 때쯤,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A기업을 발견했다.

외형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K사는 법정관리인을 통해 A사의 기업정보를 신청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매각공고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인수의향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A건설회사의 법정관리인은 기업실사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 자료가 없다는 식이었다. 실사를 진행한 회계법인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봤더니 A사는 이미 '인수 내정자'가 정해진 상태. 이른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스토킹 호스'란 회생법인의 인수내정자를 정해둔 상태에서 인수내정자보다 좋은 조건의 인수의향자가 나타나면 좋은 조건에 매각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수내정자가 그대로 회생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업회생과 M&A 절차를 더 좋은 조건에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인과 회계법인 측은 새로운 인수의향자에게 실사자료를 넘겨주지 않은 것은 물론 매각공고도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해당 매각 사항을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지만 회계법인의 홈피에만 게재했다. 

K사는 이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에 항의의사를 전달했지만 법원도 개입을 꺼리는 듯했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식의 답변도 있었다. 

결국 K사는 A건설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K사의 조건이 기존 인수내정자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법정관리인과 회계법인의 '짬짜미'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악용되는 '스토킹 호스'제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은 회생계획인가 전 매각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종종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절차가 이뤄지기도 한다.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란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회생기업은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게 되는데,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가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된다. 과거 기업회생에서 스토킹 호스 방식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단순한 공개입찰 방식으로 기업 인수를 진행했다.

스토킹 호스를 통한 기업 회생은 인기다.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게 되는 이러한 방식은 계약의 무산을 막고, 신속하게 기업회생 절차를 종결하려는 회생기업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흥아해운 등과 같이 근래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들도 스토킹 호스의 문을 두드리면서 기업회생의 희망을 키웠다.

스토킹 호스가 기업회생의 묘약으로 인기가 높은 가운데 최근에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정관리인이 회생회사의 매각을 원소유주에게 유리하게 진행하는 등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매각절차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회생기업의 법정관리인은 기존 회사의 경영자가 관리인이 되는 ‘기존경영자관리인 선임제도(Debtor In Possession)’에서 기인한다. 즉, 회생을 신청한 회사의 대표가 회사 경영에 대한 부실의 책임이 있음에도 회사를 계속 맡아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부채를 감축한 뒤에 회사를 다시 원소유주 등에게 돌려줄 수도 있다.

비록, 회생실무상 회사회생절차 신청에 원인을 제공한 자나 주주였던 자 및 특수관계인은 원매자에서 배제할 수 있다지만 사실상 입맛에 맞는 원매자를 법정관리인이 지정해도 이를 먼저 알아차리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알아차린 뒤에 제재하기도 매우 어렵다.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경험해 본 일부 회계사들은 “일부 법정관리인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스토킹 호스를 데려다 놓은 후에 공개경쟁입찰에 매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면서 “매수의향자가 인수 의사를 접게 하기 위해 자료를 고의로 불성실하게 제공한 적이 있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공개경쟁입찰 후 스토킹 호스 매각으로 진행해야
스토킹 호스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회생기업에 치료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기존경영자관리인 선임제도(DIP) 하에서 법정관리인이 원소유주의 숨어있는 특별이해관계인을 내세워 스토킹 호스 방식의 회생절차를 진행한다면, 회사의 경영에 대한 책임이 있는 원소유주에게 회사의 부채만 감축한 이익을 얻게 한 뒤에 회사를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게 되는 부정이 만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생기업의 매각절차에 있어서 공개경쟁입찰을 먼저 진행한 뒤에 입찰자가 없을 시에 스토킹 호스를 찾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업인수[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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