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변호사님, 재판으로 받은 것도 없는데 성공보수금 2억1천만원을 달라니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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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 제약 제공]

지난 2011년 경기도 일산에서 중소기업(이하 ‘S 제약’ 이라 함)을 운영하는 L씨(51세)는 우연히 회사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오던 거래처까지 연관돼 있었다는 것도 밝혀냈다.

L씨는 소송을 통해 회사가 받은 손해를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사 통장 계좌 조회 등을 통해 재판에서 쓸 유리한 증거까지 확보해놨기 때문이다.

L씨는 그동안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했었지만, 이번 만큼은 이 사건을 맡아 줄 변호사를 직접 섭외하기로 했다.

고심 끝에 지난 2015년 10월 부장 판사 출신의 법무법인 충정 N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N 변호사는 회삿돈을 빼돌린 직원과 거래처 등을 상대로 진행할 형사고소 2건과 민사소송 2건에 대한 착수금으로 한 사건당 천만 원씩 총 4천만 원과 판결 선고가 난 후 경제적 이익의 10%를 민사 사건 성공보수금으로 요구했다.

성공보수금이란 변호사가 의뢰를 받아 처리한 사건이 성공할 경우 의뢰인이 일정한 비율을 변호사에게 보수로 주는 것을 말한다. 주로 민사 사건에서 성공보수금 지급 약정을 맺고 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에서 맺은 성공보수금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L씨의 예상대로 회사 직원을 상대로 한 소송은 비교적 쉽게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재판 절차가 끝나고 해당 직원의 재산상태를 조사한 결과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모두 빼돌려 버린 결과다.

그뿐만이 아니다. S 제약은 직원 공금 횡령 사건과 연관된 해당 거래처를 상대로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당 거래처는 오히려 “S 제약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우리 회사 물품 수량이 부족하다. (S 제약이) 몰래 제품을 팔아먹어 손해를 입었으니 5억 원을 배상하라”며 S 제약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며 맞섰다. 반소란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피고가 그 소송절차에 편승해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민사소송법 제269조). 해당 거래처는 S 제약과 S 제약의 창고에 자신의 물품을 보관하고 그에 따른 보관료를 지급하기로 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L씨는 이 사건도 1심에서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시 해당 거래처는 사실상 경제적 가치가 없는 약간의 부자재 물품만 S 제약 창고에 보관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소송을 진행하면서 해당 거래처가 한 주장은 대부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3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1심 소송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N 변호사는 L씨에게 “항소심을 진행하려면 착수금으로 칠백만 원을 더 내고 경제적 이익의 10%를 성공보수금으로 달라”고 했다. S 제약은 항소하기로 결정하고 N 변호사를 항소심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상대 거래처도 반소 청구 금액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항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9월 담당 항소심 법원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 조정)을 내린 후,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결정이 확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해당거래처가 S 제약에게 이천만 원을 지급하고, 2018년 9월 18일 까지 S 제약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물품을 수거하되 그때까지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모두 수거할 때까지 월 칠십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S 제약 측은 N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충정으로부터 전자 메일을 통해 연락이 왔다. “상대방이 제기한 반소를 막아줬으니 그것까지 포함한 성공보수금으로 일억 이천만 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L씨는 변호사 선임료를 포함한 부대비용으로 5천여만 원을 지출하고 긴 시간까지 들여 소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상대방들한테서 돈을 거의 받지도 못했는데 위임 계약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반소에 대한 것까지 포함한 억대의 성공보수금을 내라’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L씨는 “법무법인 충정의 일방적인 성공보수금 산정법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도 소송 상대방들로부터 돌려받은 돈이 거의 없으니 지금은 성공보수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충정 측도 “알겠다”고 했다.

지난 2020년 12월 경 이번에는 S 제약 공장으로 법원이 보낸 문서가 날아왔다. 법무법인 충정이 S 제약한테서 받아야 할 성공보수금 1억 8천여만 원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 공장에 가압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법무법인 충정 측이 S 제약을 상대로 낸 지급명령 결정문도 날라왔다. 지연 이자까지 더한 2억 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지급명령이란 채권자가 지급명령 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내면 법원은 채무자를 법원에 불러 심문하지 않고, 곧바로 채권자가 청구한 돈을 갚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절차다. 채무자가 명령문을 받고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S 제약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고, 곧바로 정식 소송절차로 넘어갔다. 이 사건을 맡은 담당 재판부는 S 제약이 법무법인 충정에게 성공보수금으로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을 내렸으나, 법무법인 충정이 동의하지 않아 지금도 소송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상은 한 아주경제신문 독자가 “변호사 성공보수금이 너무 과한거 아니냐”며 제보한 내용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양측의 말을 모두 들어보기로 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먼저 S 제약 대표인 L씨를 만나 대략적인 줄거리를 듣고 관련 자료를 건네받은 후 당시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충정 N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N 변호사도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들어주었다. 다만 N 변호사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대면 인터뷰가 아닌 서면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답해주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