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원일조화 막는 법원조직안 부결…"법관 임용 경력 단축은 특권 강화"

  • 8월 31일, 229명 중 찬성 111명으로 4표 부족해 개정안 부결
  • 판사 임용 경력 단축은 오히려 법관의 폐쇄성 및 특권 강화할 수 있어
  • 필기시험 이외에 다양한 선발 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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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1 18:22
수정 : 2021-09-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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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부결 [서울=연합뉴스]


법원행정처의 적극적인 추진 아래, 발의 100여일 만에 본회의에 올랐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당락을 결정한 건 4표 차이였다.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표결된 법안은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과반(115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 개정안은 판사 임용에 필요한 경력을 2022년부터 7년, 2026년부터 10년으로 높이는 현행법을 5년으로 단축시키는 내용이다. 법원행정처는 판사 수급 등의 이유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경력 요건의 단축은 다양한 출신의 판사를 뽑아 법관의 특권을 줄인다는 법조일원화 정책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5~6월 본격적으로 발의되기 시작한 관련 법안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서, 두 달 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7월 15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는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 요건을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10년 요건이 실행되면, 판사 충원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법원행정처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개정안은 법원일조화의 후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법원일조화’를 무색화한다며 반대를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법원일조화는 법관을 법조인이라는 동일한 풀(pool) 안에서 선발하는 것으로, 지금의 판사 및 검사, 변호사로 구분된 선발 시스템에 대한 개선 취지를 갖는다. 이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이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의 힘 유상범 의원은 지난 7월 15일 법사위소위에서 “법조일원화라는 것이, 2011년에 이 법안이 들어왔을 때, 그 시절의 '젊은 판사들이 사회적 경험도 없고 법조 경험도 적은 상황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회적 명령이 있었다”면서 “(판사 임용 경력을) 5년에서 7년으로 시도해보기도 전에 제도를 후퇴시키는 건 고민스럽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탄희 의원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판사 임용 경력 요건 축소 시도, 명확히 반대한다”면서 판사 임용 경력 조건이 5년으로 줄어든다면 “엘리트판사 순혈주의와 판사 관료화를 막기는커녕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로스쿨을 졸업하고, 바로 군법무관과 대형로펌에서 5년 경력을 채운 초년 법조인들이 판사로 임용돼 특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이탄희 의원은 지난달 31일 개정안 표결 직전 반대 발언에서는 “현행법은 짧게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또 길게는 1993년부터 18년간 논의해서 2011년에 도입한 제도"라며 "그런 제도를 입법공청회 한 번 안 하고 법안 발의 후 3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퇴행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무리수”라고도 비판했다. 이어 “재판은 수학이 아니다”라며 필기시험 위주의 판사 임용 방식을 개선하는 법조일원화 정책은 후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아주로앤피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의 판사 임용 경력) 5년이라는 것은 재판연구관(로클럭) 3년 하고, 군법무관 경력 더한다든지, 대형로펌에서 관리해주는 2년 정도를 예상한 것”이고 “로펌에서 관리하는 로펌을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신규 임용제도보다 더욱 나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상희 교수는 법원일조화 제도로 판사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법원행정처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경력 있는 사람들 뽑으면서 필기시험을 보지만 사회적 경력은 필기 평가 대상이 아니다. 또한 경력을 갖춘 법관을 뽑아놓고 4년 배석판사로서 근무하도록 하는 건 경력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법원의 태도 때문에 경력 법조인들이 법관에 지원할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법원이 법조일원화를 얘기하면서, 10년 경력자로부터 법관을 선출하는 법의 취지를 처음부터 이행할 생각 없었다”고 부연하면서, 법원은 “여태까지 시험에 의해서 법관을 선발했다면, 법조일원화에서는 대법원 규칙 등을 바꿔 다양한 평가시스템에 의해서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법관을 선발하는 툴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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