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이재명 대표, 범죄 혐의 못지않게 큰 문제는 '법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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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4 15:35
수정 : 2023-01-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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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둔 지난 …10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보수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러 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잡다한 범죄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우리 정당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받는 범죄 혐의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보이는  ‘법치 훼손’ 언행이다. 법치의 핵심 가치는 '법 앞에 평등'이다. 그런데 이들은 제1야당 대표는 마치 법 앞에 평등에서 예외라도 되는 듯, 아니 예외가 돼야 한다는 듯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에 대응하는 모습부터가 그렇다. 검찰은 지난  16일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오는 27일과 3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 27일이 아니라 (토요일인) 28일에 출석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어  당대표 비서실 명의로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8일 조사라는 것은 수사팀과 협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범위와 내용 등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두 차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변호사를 통해 구체적인 출석 일정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28일 10시 30분이라고 출석 의사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석 일정 임의로 결정


무슨 일이든 양측이 협의 중일 때 ‘확정’되려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자기 일방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이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은 검찰과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 일정이 확정됐다’고 공지했다. 출석 횟수도 이 대표 임의로  한 번으로 했다. 출석하는 날을 평일이 아닌 휴일로 정한 것은 더욱 특이하다. 공무원인 검찰 직원들도 토요일엔 쉰다. 이 대표가 28일 출석하면 수사 담당 검찰 직원들은 쉬지 못하고 근무해야 한다. 이 대표에게 평일이 일하는 날이듯 검찰 직원들에게도 평일이 일하는 날이다. 이 대표는 자기는 평일에 일을 한다면서 검찰 직원들에게는 평일이 아닌 휴일에도 나와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검사가 피의자를 소환할 때 일정 등을 피의자 측과 협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검사가 피의자 사정을 고려해서 소환 일정을 잡으라는 취지지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일반 국민이라면 이 대표처럼 출석 횟수와 일정을 자기 편한 대로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통할 수 없는 일도 자기에게는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법 앞에 평등'을 부정하는 일이다. 자기는 법 위에 존재하는 듯 남들과 다른 특별 대우을 요구하거나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이 법 앞에 평등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21일에 그 달 28일 검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성남FC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였다. 이때 이 대표 측근은 “부장검사가 아니라 성남지청장이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예우를 갖춰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동아일보가 그달 27일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28일 나갈 수  없다며  검찰과 소환 일정을 협의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근이 ‘부장검사가 아닌 지청장이 연락하는 예우’를 갖추라고  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제1야당 대표이니  검찰 중간 간부가 연락하는 것은 무례이고 기관장인 지청장이 직접 연락해야 예우에 맞는다는 얘기다. .  


지청장 아닌 부장검사가 연락하는 게 무례?


일반 국민이라면 기관장은커녕 수사 검사를 지휘하는 부장검사가 통보하는 일도 없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통보하지도 않는다. 검찰 일반 직원이 전화로 통보하거나 수사 담당 검사 명의로 된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출석요구서를 보내게 돼 있다. 이 대표에게 수사 담당 검사가 아니고 이 검사를 지휘하는 부장검사가 연락한 것만 해도 일반 국민들에 비해 예우를 갖춘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것도 모자라 기관장인 지청장이 직접 연락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는 서면 진술서만 보내고 출석은 하지 않았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불출석을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전날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 출석 요구이니 응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들이 많았다. 출석 요구는 터무니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기자들이 안호영 수석대변인에게  ‘일반인들도 고발을 당하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데 당대표라는 이유로 서면 조사만 받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안 수석대변인은 “서면 조사 요구에 응하면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검사는 피의자를 소환하기 전에 서면 조사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도록 돼 있다. 서면 조사를 할지, 소환 조사를 할지는 검사가 판단할 일임이 명시돼 있다. 피의자가 판단하는 게 아님이 명확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지 서면 진술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임의로 서면 진술서만 보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안 수석대변인은 '서면 조사 요구에 응하면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해 피의자인 이 대표에게 서면 진술이나 출석 중 선택할 권리가 있는 듯이 주장했다. 이 모두가 이 대표는 법 위에 존재함을 자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언행이다. 일반 국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임을 감안해 소환 일정 등에 대해 얼마간 예우를 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일반 국민들보다 월등히 특별한 대우를 한다면 곤란하다. 그건 법 앞에 평등이 아니라 불평등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이 기관장이 연락해야 한다든지, 소환 조사 대신 서면 조사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월등한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다. 


법 위 존재인 듯 잇달아 특별 대우 요구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을 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선이 끝난 뒤  경쟁 후보였던 사람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 느닷없이 수사를 시작했다면 정치 보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수사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모두 재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그 뒤 대선 기간 중에  터졌다. 대선 이후 갑자기 수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선 이전부터  수사하고 있었다. 이게 왜 정치 보복인가? 대선 경쟁 후보였으니 그냥 덮어둬야 하나?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 야당 탄압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야당 인사들이 정권을 비판하면 이를 막으려고 수사할 때 쓰던 말이다. 당시 정권은 야당 인사들 뒤를 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혐의, 심지어 간통 혐의를 씌워 수사했다. 지금 검찰은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활동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 대표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야당 탄압인가?


메릭 갈런드(Merrick Garland)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이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에 기밀 문서를 유출한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트럼프 행정부 출신 검찰 고위직을 임명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우리로 치면 윤석열 정부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사를 윤석열 정부 비리를 수사할 특별 검사에 임명한 격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자 보도에서 "메릭 갈런드 장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에 트럼프 정부 출신을 특검으로 임명한 의도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 앞 평등' 무너지면 법치 무너져

갈런드 장관은 2021년 3월 법무부 장관 취임 연설에서 '법 앞에 평등'을 강조했다. "우리가 성공하고 미국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취급한다’는 법무부의 오랜 규범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당과 권력, 사회적 지위, 경제적 차이 또는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다른 규칙은 없다”고 했다. 갈런드 장관의 말은 일차적으로 검찰과 경찰 등 법 집행을 담당한 공직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러나 ‘정당과 권력,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다른 규칙은 없다’고 한 말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하고, 그래서 누구한테나 똑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함을 강조한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11조 ①항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분을 지어 다르게 대우하는 게 차별이다.  지위와 권세에 관계없이 법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게 '법 앞에 평등'이다. 특별 대우를 요구한다면 '법 앞에 평등 원칙'을 무시하는 일이다. 


법 앞에 평등 원칙이 흔들리면 법치가 흔들리게 된다. 권력이나 돈을 가진 자는 그것으로 법을 피해 가거나 특별 대우를 받으려 할 것이다. 돈도 권력도 없는 일반 국민은 정당한 결과로서 불리한 처분을 받아도 ‘가진 게 없어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법을 비웃을 것이다. 이래서는 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법 앞에 평등'을 훼손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사람들의 언행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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