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내가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를 상대방이 몰래 녹음한다면?

대법원 2014. 0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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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늦은 퇴근길에 방향이 같은 동료의 차를 얻어 타면 대부분의 차 안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정치나 집안일 등 세상사는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어두운 차 안에 가깝게 앉아 있다 보면, 마음에 묻어 놨던 얘기도 왠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가 문득 반짝이는 블랙박스 불빛을 보게 되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내 대화가 녹음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출근해서 외부 미팅을 하다보면 밀폐된 공간에서 상대방과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게 될 때가 있다. 대화 중 뭔가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 같은데, 상대방 앞에서 하나하나 받아 적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방 속 스마트폰에 있는 녹음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대화가 녹음될 것인데, 몰래 녹음해 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중요한 대화를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나면, 상대방이 내 대화를 녹음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사람들이 상담을 와서는, 중요한 만남이 있는데 몰래 녹음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만약 대화 상대방이 나의 동의 없이 나와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녹음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내가 상대방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

2. 사실관계

A는 개인택시 기사이자 인터넷 개인방송 운영자이다. A는 2009년 경부터 자신의 택시 안에 캠 카메라 등 시설을 설치하고, 승객과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통해 방송하였다. 2010년 7월 경에는 A의 택시에 가수 아이유가 우연히 탑승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아이유 택시’로 화재가 되기도 하였다.

2012년 12월 29일 새벽 3시 50분경 A의 택시에 승객 2명이 탑승하였다. A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승객들에게 질문을 하여 대화를 유도하였고, 승객들은 자신들의 결혼문제 등 지극히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승객들이 나누는 대화는 A 택시에 설치된 방송장치를 통해 인터넷으로 방송되기 시작하였다.

A는 방송이 진행된다는 점에 관하여 승객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았고, 승객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인터넷으로 방송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승객들은 택시가 천호대교 북단을 지난 후에야 택시에 설치된 방송장치를 발견하고 방송을 중단시켰는데, 중단 전까지 약 25분간 승객들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었다. 그러자 승객들은 A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였다.

당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었고, 법 제16조 제1항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제1호)와 제1호에 의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제2호)를 처벌하고 있었다(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3. 판결요지

가. 원심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 12. 13. 선고 2013노1111판결 [통신비밀보호법위반]

1심과 2심은 A가 유죄라고 판단하였다(징역 6월 및 자격정지 6월, 집행유예 2년)

원심은 ① A가 수사기관에서 승객들의 대화가 시작된 후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고, 승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방송을 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승객들이 택시에 설치된 방송 장치를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방송을 중단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가 승객들 사이의 대화를 인터넷으로 방송함으로써 공개한다는 점에 고의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① 승객들 사이에 나눈 대화의 내용이 결혼문제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었던 점 ② 택시는 소수의 승객들만 이용 가능한 운송수단이고, 택시 안에 A를 제외하고 승객들 밖에 없었던 점 ③ 승객들이 택시 안에서 이루어진 사적인 내용의 대화가 방송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승객들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또한 ① A가 대화의 주체로서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기 보다는 인터넷 방송을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등 승객들의 대화를 유도한 점 ② 방송시간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승객들의 이야기이고, A의 말이 방송된 분량은 극히 적은 점 ③ 대화의 주제가 승객들의 결혼문제이고, A에 관한 이야기나 공통된 주제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가 방송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 이 사건 판결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

대법원은 ① A가 승객들에게 질문하여 지속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대화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점에서, 승객들과의 대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② 승객들이 A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했다고 보았다.

즉, A역시 승객들과 함께 3인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의 한 당사자로 보일 뿐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고 하기는 어렵고, 이는 A가 발언 분량이 적었다거나, 대화주제가 승객들과 관련된 내용이고, A가 대화 내용을 공개할 의도가 있었다고 하여 다르게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승객들의 발언은 A에 대한 관계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A가 승객들의 대화를 동의 없이 인터넷 방송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공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A가 법 제3조 제1항에 위반하여 지득한 타인간의 대화를 공개한 것으로서 법 제16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4. 판결의 의의

기존 대법원 판례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라고 보았다. 따라서 3인간의 대화에서 그 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 또는 청취자에 대한 관계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 및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2006도49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A가 승객의 동의 없이 사적인 대화를 방송한 것이 민사상 책임은 문제될 수 있다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비록 A가 인터넷 방송을 목적으로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는 했지만, A역시 대화의 당사자 였다는 점에서, A를 원래부터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A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한편 이 사건과 비교할 만한 별개의 사건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B는 휴대폰 녹음기능을 작동시킨 상태로 C와 통화를 한 후 예우 차원에서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C가 전화를 먼저 끊기를 기다렸는데, C는 실수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휴대폰을 탁자에 놓아둔 채 마침 사무실에 들어온 손님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 대화를 들은 B는 이를 몰래 청취하면서 녹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B는 이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아니한 제3자이므로, B의 행위는 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위반행위로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도15616판결).

5. 나가며

이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형사 책임이 문제된 사건이다. 이는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공개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판결문에서 “승객들에 대하여 초상권 등의 부당한 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을지언정”이라고 판시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특히 경우에 따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될 경우에는, 형사 책임도 지게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면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손쉽게 녹음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사건 이후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손쉽게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거리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는 모습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하였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특히 인터넷 상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상대방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법적인 책임 문제를 떠나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하게 될 시에는,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은 후 진행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서승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