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있을까?

친양자 입양, ‘자의 복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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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딸과 7살 손자를 둔 50세의 가정주부입니다. 딸은 청소년기에 방황을 하여 가출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5세에 임신을 하였는데 친부가 누군지 모른다고 합니다.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못한 채 출산을 하였고 어쩔 수 없이 딸 앞으로 손자의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딸은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출을 반복하였고 마지막으로 가출한 지 3년이 되어 갑니다. 손자는 저와 남편을 친부모로 알고 크고 있는 상황입니다. 딸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자가 더 크기 전에 서류상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A)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여 두 분의 자녀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손자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는데 있어서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확답을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친양자 제도와 관련판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친양자 제도는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를 끊고 아이를 법적으로 양부모의 출생자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친양자는 일반 입양과 달리 혼인 중의 출생자로 간주되며, 친부모를 포함한 입양 전 가족들과의 관계는 완전히 종료되는 등 신분관계에서 강력한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런 만큼 요건도 까다로운 편입니다. ▲3년 이상 혼인 중의 부부로서 공동으로 입양해야 하고, ▲친양자가 될 사람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한해서 친부모의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법원에 친양자 입양을 청구하여 인용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친양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고 싶다는 청구가 많았으나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례가 대다수입니다. 2011년에 이 문제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씨 부부는 2006년 외손녀를 얻었습니다. 딸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두 사람은 딸이 태어난 지 약 한 달 뒤 관계가 끝났습니다. 아이의 생부는 곧 다른 가정을 꾸렸고 이씨의 딸이나 외손녀와는 전혀 교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외조부모 손에서 성장한 외손녀는 이씨 부부를 아빠·엄마로, 생모를 언니로 알고 자랐고 성도 이씨를 썼습니다. 이씨 부부는 고심 끝에 “딸의 인생을 생각할 때 제3자보다는 우리 부부가 외손녀의 양친이 되는 것이 외손녀와 딸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며 법원에 입양을 신청했습니다.
대법원은 “친양자 입양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입양되는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친양자 입양의 동기와 현실적 필요성,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신중히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씨 부부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림입니다. 앞서 1·2심도 “이씨 부부가 외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면 가족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고, 이 입양 청구는 생모의 재혼을 용이하게 하려는 방편에 불과하다”며 “현재 상태에서 이씨 부부가 외손녀를 양육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친양자 입양을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드물지만 손자를 친양자로 하는 입양청구를 허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 모(57)씨 부부는 12살짜리 외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겠다고 친양자 입양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외손자가 최씨 부부의 친양자가 되면 그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한층 돈독해지고 더 많은 정신적, 물질적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외손자의 복리를 위해 입양청구를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초등학교 6학년인 외손자가 이번 허가로 친어머니와 이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누나가 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그들 사이에 가족질서상의 혼란이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혈연관계 없는 아이도 특별한 제한 없이 입양할 수 있는데 하물며 혈연관계인 아이를 소목지서(昭穆之序)에 반한다는 이유로 입양할 수 없게 한다면 아이들의 복리를 위해 인정된 입양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40대인 김씨 부부가 돌이 지나지 않은 친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겠다고 청구한 사안이 있습니다. 김씨 부부의 아들은 교제하던 여성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딸을 낳았고습니다. 교제하던 여성은 아버지란을 공란으로 남긴 상태로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이미 유학을 떠나 외국에 살고 있어 두 사람은 사실상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친손녀의 엄마는 이제 19살에 불과하였고 아들과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부부는 고민 끝에 법원을 찾았습니다. 법원은 “소목지서에 반하는 입양이라 하여 공공질서 및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며 “친양자 입양허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전통관습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사건본인의 올바른 성장과 복지가 더 크게 고려되어야 한다”며 입양을 허가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의 차이는 법원이 친양자 입양의 최우선적 동기를 무엇이라고 판단하였는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손자, 손녀)의 복리를 위하여' 친양자 입양청구를 한 것인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입양청구를 한 것인지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자께서 친양자 입양의 최우선적 동기가 자녀가 아닌 손주를 위한 것이고, 손주를 위해서 친양자 입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유를 설득력 있게 법원에 설명한다면 친양자 입양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