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전직과 전보의 정당성 판단 기준

사용자의 전직처분, 어디까지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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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전직처분, 어디까지 인정될까? 최근 근로자의 직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상당한 기간동안 변경하는 인사명령인 전직과 관련한 분쟁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전직, 특히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전보에 관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법원은 사용자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전직이나 전보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사용자의 인사명령이 근로계약에 배치되거나,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린 판단을 통해 전직과 전보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하다.

[전직,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할까?]

사용자 B(B는 노동조합이나, 법원이 이 사건에서 노동조합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B를 사용자라고 언급하고자 한다)는 현장작업조로 근무하던 근로자 A를 특수작업조에 근무하도록 하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경과된 후, A는 작업배치반장으로부터 유선으로 현장작업조에서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이에 A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의 전직처분이 부당하니 구제해달라는 신청을 제기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A에 대한 전직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B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부당하다고 보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전직처분이 상당히 이례적이며,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19. 6. 27 선고 2017누67461 판결)은 원심과 달리 A에 대한 전직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아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법원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하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

대법원은 전직과 전보에 관하여 일관되게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의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근로계약 체결 당시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근로의 종류, 내용, 장소 등을 약정한 경우 전직이나 전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일방적인 행위인 전직으로 인하여 근로의 종류와 내용, 근로장소 등이 변경됨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자의 행위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직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전직의 정당성 판단과 관련하여 업무상 필요성의 존부,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사용자가 이행하였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전직의 정당성 판단 기준]

업무상 필요성은 노동력의 적정 배치, 업무의 능률 증진, 근로자의 능력 개발, 업무 운영의 활성화 등이 존재하는 경우 인정된다. 다만 이 경우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뿐만 아니라, 해당 근로자를 변경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관한 인원선택의 합리성도 존재해야 한다. 생활상 불이익은 경제적 불이익에 한정되지 않으며,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은 물론 조합활동상의 불이익까지 모두 포함한다. 또한 전직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사명령이므로, 법원은 절차적 정당성 판단을 위하여 전직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 고려기간의 부여, 반대급부의 제공 등이 있는지 등과 같은 성실한 협의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전직의 정당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삼고 있다. 다만 사용자가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무조건 전직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판단했던 사례도 사용자와 근로자 간 사전협의절차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근로자 A는 사용자가 사전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전직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B의 규약이나 관행에 사전협의에 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고, 특수작업조와 일반작업조간 순환배치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였으며, 종전과 작업장이 같아 생활근거지를 옮길 필요가 없는 등 전직처분으로 인한 근로자 A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사용자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전직에 관한 정당성에 관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효력의 유무에 관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로자가 부당전직에 불응하여 그 효력을 다투면서 전직발령지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한 귀책사유는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근로자는 전직명령시부터 원직복귀시까지의 기간동안 종전 근무지에서 계속 근무하였을 경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직은 사용자의 인사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써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의 재량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부분이지만, 전직처분으로 인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전직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도 다수 존재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각 사업장에서는 전직에 관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