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거짓말 탐지기 조사의 실무상 활용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1. 들어가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꼭 응해야 하나요?“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의뢰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에서 실시하는 거짓말탐지기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형사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2. 거짓말탐지기 조사란?

‘폴리그래프(Polygraph)' 란 인간의 맥박, 호흡, 손에 흐르는 땀 등의 변화를 읽어내서 그래프로 나타내는 기계의 이름을 뜻한다. 즉,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위 폴리그래프 기계를 이용하여 측정된 생리적 변화를 토대로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는 수사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조사방식은 질문사항에 따라 킬러기법, 리드기법, 구역비교검사(백스터)기법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법은 ‘구역비교검사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구역비교검사’는 대부분 지방경찰청이나 지방검찰청에서 이루어지는데, 피조사자는 중간중간 배치된 사건과 관련된 질문 3개, 관련 없는 질문 3개, 일반적인 질문 3개를 약 3~5차례씩 반복하여 질의받고 대답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리변화가 측정되면 그 변동추이에 따라 ‘진실’, ‘거짓’, ‘알 수 없음’총 3가지 형태로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3. 거짓말탐지기조사의 증거능력

우리나라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거짓말탐지기조사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있다.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도2208 판결 등 참조).]


4. 실무 상 거짓말탐지기 조사의 효력

그렇다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이 불가능한 거짓말탐지기조사를 수사기관은 어째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하는 것일까?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거짓말탐지기조사는 범죄의 심증만 있고 확실한 물증이 없는 경우, 또는 유죄의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뿐인 경우에 있어 수사기관이 ‘기소여부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하여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거짓말탐지기조사가 ‘거짓’으로 나온 피의자의 경우 ‘기소’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증거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법원에 증거신청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피고인이 부동의하더라도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을 줄 염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5. 결어

변호인 입장에서 거짓말탐지기조사에 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해주는 것은 몹시 난감한 일이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꼭 필요한 경우는 형량이 중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사건인 경우가 많은데, 만약 조사에 응해 결과가 ‘거짓’으로 판명날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닥칠 불이익이 엄청나게 되고, 불응하게 될 경우에는 수사기관에게 안좋은 인상을 줌과 동시에 영장청구 등의 불이익까지 얻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거의 유불리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되, 결국 피의자 자신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전문가들은 거짓말탐지기조사의 정확성이 90~95%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거짓말탐지기조사는 100건 중 무려 10건에서 부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불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며, 실제로 거짓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피조사자의 불안한 생리변화를 측정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토대로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더욱 더 정확한 거짓말탐지기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수사기관에서 이를 유죄의 심증으로 삼거나 기소편의를 위한 사용을 지양하기를 바라본다.
 

[사진=박진택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