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두 얼굴의 조국···가짜 지식인 걸러내야 진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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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들은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사회적 위상(位相)에 치명상을 입혔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서 우리 사회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자처해 왔고 그렇게 여겨져 왔다. 그런 조 후보자의 이중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조국 사태’가 지식인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은 조국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는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권위를 믿지 않게 됐다. 지식인들은 ‘존재의 위기’에 놓이게 됐고, 우리 사회는 ‘가짜 지식인 걸러내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조국 사태’는 장관 후보 검증을 넘어 지식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두 얼굴’ 사례는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학금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 위주로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딸은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시절 한 학기에 400만원씩 두 학기 8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겨서 또 장학금을 받았다. 이번에는 두 번이나 유급했는데도 2016~2018년 6학기 연속으로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받았다.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나타난 조 후보자의 재산은 56억여원이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의 99%는 50억원대 재산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다. 경제 상태 중심으로 한다면 장학금은 당연히 그 99%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줘야 한다. 조 후보자 딸 같은 상위 1% 사람들에게 줄 게 아니다.

딸에게 "장학금 양보" 설득해 보기는 했을까

조 후보자가 딸이 장학금 받은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 후보자가 딸에게 “너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훨씬 많을 테니 네가 장학금을 양보하면 어떻겠니”하고 설득해 보기는 했을까? 조 후보자가 자신의 철학을 가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여겼다면 그렇게 설득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랬던 것 같지 않다. 그랬더라면 2014년에 두 학기 연속, 2016년부터는 여섯 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조 후보자는 2007년 4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유명 특목고가 비평준화 시절 입시 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썼다. 2010년 저서 ‘진보 집권 플랜’에서는 “외고는 외국어 특화 고교 또는 해외 대학 진학 준비 고교로 개편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대학 입시용 외고는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외고가 상위 계층이나 혜택을 누리는 대학 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차라리 없애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와 딸의 행동은 조 후보자 말과 정반대였다. 딸은 외고를 나와 외국어 전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한 뒤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잠시 다니다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조 후보자는 50억원대 재산을 가진 최상류층으로서 딸을 특목고에 보낸 것은 물론이고 외고를 대학입시 준비 학교로 이용한 것이다.

외환 위기 때 아파트 투자로 시세 차익···'배금주의' 비판 자격 있나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트위터에 “(직업적 학인이 아닌 사람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썼다. 그런데 그의 딸은 외고 2학년 때인 2008년 12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작성된 의학 관련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외고 1학년 때 2주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연구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성이 높기로 유명한 의학 분야 연구에 2주간 인턴 생활이 고작인 고교 1년생이 기여했다면 뭘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조 후보자 딸이 인턴 생활을 시작한 것은 이 논문의 공식 연구 기간(2006년 7월 1일~2007년 6월 30일)이 끝난 이후인 2007년 7월 23일부터였다. 연구 기간이 끝난 뒤 인턴으로 들어가 제1저자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다.

조 후보자는 자기 부부는 딸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학교 측에 부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딸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 평소 자기 주장대로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딸을 설득하고, 단국대 측에도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고 해야 하지 않았을까.

조 후보자는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주식·부동산·펀드를 가르친다”고 썼다.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이라며 ‘동물의 왕국’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청와대 민정수석 부임 두 달 만인 2017년 7월 그의 딸과 아들은 사모 펀드에 각각 3억5000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고 이후 각각 5000만원을 실제로 투자했다. 조 후보자 아내 정모씨도 67억4500만원 출자를 약정했다가 9억5000만원을 실제 투자했다. 조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 딸에게도 ‘동물의 왕국’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을까.

조 후보자는 2011년 저서 ‘조국, 대한민국을 고하다’에서 1997년의 IMF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배금주의를 비판하며 “ 외환 위기가 닥치자 매가리마저 풀려, 스스로 통치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투항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들은 외환 위기를 극복하자며 장롱 속 금반지까지 꺼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조 후보자 부부는 1998년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경매로 시세보다 35% 싸게 구입하는 등 외환 위기 직후 아파트 2채를 샀다가 2003년과 2017년 되팔아서 5억6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진짜로 ‘배금주의’에 빠진 사람은 누구인가?

지식인의 무기는 신뢰와 권위···최대의 적은 이중성과 위선

지식인은 단순한 지식 전문가가 아니다. 특정 분야의 기술적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인이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존 체제와 질서, 관습과 관행의 부당성을 고민하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은 이런 역할을 통해 일반인들의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인들은 지식인의 비판적 의견을 듣고선 그때까지 문제로 느끼지 못했던 사안에 대해 새로운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쌓여 사회가 발전한다.

지식인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그가 신뢰와 권위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못하면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아무도 그의 말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신뢰와 권위와 존경을 무너뜨리는 최대의 적은 이중성과 위선이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얼굴의 모습을 보고 누가 그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권위를 인정하겠는가.

조 후보자의 위선과 이중성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중 두 얼굴의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이 어디 조 후보자 한 명뿐이겠는가 하고 물을 것이다. 실제로 조 후보자 외에 두 얼굴을 드러낸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많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한 예다. 그는 두 아들을 외고에 보냈다. 그러고는 외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상산고 같은 자사고를 돈 많은 사람들 자녀나 다니는 귀족 학교이자 입시 교육기관이라고 비판하면서 상산고를 일반고로 바꾸려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들은 한 해 수천만원이 드는 영국 벨러비스 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에 보냈다. 벨러비스 칼리지는 영국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사립 입시 기관이다. 귀족 학교, 입시 기관으로 치자면 상산고 이상 가는 곳이다.

조국 후보자는 이런 이중적 지식인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그간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그저 ‘내로남불’ ‘강남좌파’라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우리 지식인 사회가 그런 가벼운 말 몇 마디로 질타하고 넘어가도 좋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식인이 ‘존재의 위기’ 상태에 처했음을 알리는 경고로 봐야 한다. 지식인이 신뢰와 권위와 존경을 잃어 누구도 지식인으로서 인정받기 쉽지 않게 됐고,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는 ‘지식인의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이다.

지식인의 이중성, 끊임없이 추궁하고 감시해야 

지식인의 죽음을 막으려면 조국 후보자처럼 온갖 문제에 입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들에게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을 보내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주장을 개인 생활에도 똑같이 적용했는가” “당신의 자녀들에게도 당신의 철학을 자신있게 말하고 설득할 수 있는가”라고 추궁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짜 지식인들을 걸러내야 한다.

조 후보자는 딸의 외고 진학 문제에 대해 2010년 12월 경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7년 6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부모로서 아이들 선택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던 면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부모들의 심정은 그리도 헤아리지 못하는가.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추상적 정의감에 빠져 거리낌없이 남을 욕하고 사회를 비난한다. 그러다가 자기 또는  가족이 관련되면  슬그머니 발을 뺀다.  그렇게 외치던 정의와 공정을 헌신짝처럼 내버린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가짜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사회 비리와 부조리 고발을 존재 이유로 한다. 지식인이 죽은 사회는 소금을 잃은 사회와 같아 부패하고 퇴보한다. 가짜 지식인을 걸러내야 진짜 지식인이 신뢰받고 존경받는다. 가짜 지식인을 그대로 두면 진짜 지식인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가 죽고 만다. 이것이 조국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과제이자 교훈이다.


김낭기 고문[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