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 ​미래세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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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만약에 우주의 먼지로 떠돌고 있는 우리에게 지구상에서 태어나서 살고 싶은 나라가 어디 인지 묻는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농담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에게 태어날 후보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준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를 선택할 후보자는 얼마나 될까? 사실 싱겁기 그지없는 愚談에 불과하지만 그래서일까? 한국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점차로 듣기 어렵다. 이 땅에 태어나는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의 환경, 자원, 재원에 대한 과욕과 과소비는 물론 그들이 상당한 규모의 인구집단으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커다란 부담을 안고 살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대 간 정의와 형평성 실현과 미래세대의 보호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영국, 핀란드,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구체화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초고령사회, 초저출산이 구조화된 우리의 경우 더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미래세대 보호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있는데, 크게 보아 위원회 방식과 옴부즈만 방식이 고려된다. 두 가지 방식 중에서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입법을 통하여 결정되지만 그 장단점을 세세하게 분석하여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세대 보호를 위한 추진체계가 마련되는 경우 법률로서 위원회 또는 옴부즈만의 권한과 업무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권한과 업무는 환경, 통일, 재정, 교육, 신산업 등 개별 영역에서 계획의 수립, 미래세대의 보호와 관련된 정책결정에 대한 동의 및 협의권, 의견진술권, 이의제기권 등을 포함하여 정부 부처의 미래세대 보호 업무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감시활동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위원회나 옴부즈만은 이와 같은 행정적인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국가나 사인 등의 행위에 대한 소송절차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나의 권리를 수호하는 일반적인 소송이 아니라 위원회나 옴부즈만이 미래세대를 대신 지키기 위한 소송제도의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래세대 보호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이나 국회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헌법상의 의회민주주의 원리는 미래세대의 보호에 대하여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권자로서 미래세대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국회 내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유럽에서는 기성세대의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가 오직 기성세대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지양하고 의회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미래세대 친화적으로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세대의 대리인을 의회 내에 진출시키자는 것인데 이른바 대리민주주의 또는 대리대표제(proxy democracy, proxy representation)에 대한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미래세대의 권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은 기성세대인 지역구민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공직선거법은 의무적으로 강 정당별 비례대표 국회위원 후보자명부에 1순위로 미래세대의 권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기재를 의무화하도록 개정하여야 한다. 동시에 국회에 미래세대위원회를 상임위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국회법의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2016년 촛불이 무성한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헌법 제1조 제2항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이 천명한 국민주권주의 원칙이다. 미래세대는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될 수 있을까? 당장은 어려워 보이지만 나라의 주인이 왕이라는 군주주권론으로부터 시민혁명을 통하여 쟁취한 국민주권론도 초기에는 주권행사의 본질인 선거권을 오직 성인 남성에게만 부여하였다. 여성이 주권자라는 것은 당시에 매우 어색했을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스위스조차 여성이 주권자로서 전국 단위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 1971년이다. 아직은 생경하겠지만 미래세대를 주권자로 인정하는 헌법해석론이 일반화 되거나 헌법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그들을 여성이나 소수자처럼 친숙한 주권자로 맞이할 날도 올 것이다.

 

[사진=김성수 교수]